줄줄이 문닫는 세계 정유공장들…경기침체에 수요둔화·경쟁심화
中 9월 정제량 3개월 만에 최저치…수익 악화에 민간 업체는 '폐쇄'
美·英, 정유시설 문 닫고 '용도 전환'…국내 정유업계도 3분기 실적 '암울'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글로벌 경기 불황에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정유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석유 제품 생산량을 줄이거나 정유 시설을 폐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유업계의 9월 원유 정제량은 3개월 만의 최저치인 5873만 톤에 그쳤으며, 연간 누적 생산량도 1.6%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부동산 위기와 탈탄소 때문에 정유는 올해 중국에서 가장 실적이 나쁜 산업 부문"이라며 "중국 자동차의 전기화로 인해 가솔린 소비가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건설 침체로 디젤 수요도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국영 외에 민간 정유공장은 수익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폐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경기가 둔화한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불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들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전기차(EV) 보급 확산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올해 전 세계 석유 소비량 전망치를 기존 하루 평균 203만 배럴에서 193만 배럴로 낮췄다. 2025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도 기존 174만 배럴에서 164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정유 설비를 폐쇄하고 새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석유·천연가스 대기업 필립스66은 내년 말까지 로스앤젤레스(LA) 지역 정유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마크 래시어 필립스66 CEO는 "LA 정유소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시장 역학에 영향을 받는다"며 "독특하고 전략적인 위치에 있는 부지의 미래 활용 방안을 평가하기 위해 주요 토지 개발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석유 기업 쉘도 올해 초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독일 베셀링에 위치한 자사 정유공장을 폐쇄하고 2025년까지 윤활유 원료 생산 시설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정유업계 역시 불황 장기화에 힘겨워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가 컨센서스를 살펴보면 에쓰오일(010950)의 경우 올해 3분기 241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에너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든 624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 유가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허리케인 밀턴 미국 상륙에 반등하면서 커졌던 재고가치 상승이나 래깅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이후 유가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사그라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달 1일 70.76달러였던 두바이유는 8일 78.98달러까지 올랐으나 이후 등락을 반복해 23일 기준 75.04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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