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뿐 아니다…SK하이닉스 3Q 사상 최대 실적 '효자템'은

AI 서버용 eSSD 매출 전년比 430%↑…낸드 매출 60% 차지
PC·모바일 D램 수요 부진에도 DDR5 등 프리미엄 제품 선전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AI 반도체와 최첨단 패키지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이날 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2024.10.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기여도가 가장 높지만, 인공지능(AI) 서버에 활용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세트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DDR(더블데이터레이트)5와 LP(저전력)DDR5 등 프리미엄 D램 제품도 버팀목이 됐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7조 3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6조 7628억 원)를 크게 상회했다.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 57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순이익은 5조 75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역대급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HBM이다.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려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HBM은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가속기에 필수적이다. 산업 전방위로 AI가 활용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전년 동기 대비 330% 증가했고, 3분기 D램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달했다. 4분기에는 D램 내 비중이 40%를 넘을 전망이다.

이런 AI 확산으로 혜택을 본 SK하이닉스의 또 다른 대표 제품이 eSSD다. AI 서버가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 용량이 급격히 늘면서 eSSD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eSSD 시장은 삼성전자(43.2%)와 SK하이닉스(31.8%·솔리다임 포함)가 양분하고 있다.

낸드 비트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0% 중반대 감소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eSSD 판매 확대로 평균판매단가(ASP)는 오히려 10% 중반 증가했다. eSSD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0%, 전년 동기 대비 430%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연간으로 당사의 낸드 제품 점유율은 물량 기준으로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내년에 AI PC와 AI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하고 교체수요가 발생하면 낸드 수요환경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며 "낸드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해 수익성 중심과 투자 최적화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램에서도 경기 침체에 따른 세트 수요 부진과 중국 기업들의 레거시 제품 공급 확대에도 프리미엄 제품인 DDR5와 LPDDR5가 실적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PC와 모바일 시장의 수요 개선이 지연되고 중국 공급사들의 레거시 시장 진출이 가속해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DDR4, LPDDR4 등 레거시 제품과 DDR5, LPDDR5 등 프리미엄 제품의 수급 상황이 달라 가격 변동방향도 서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DDR5와 LPDDR5 제품은 후발업체들의 기술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제품 수요는 이들 제품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가격 하락 압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내년부터 AI를 탑재하는 PC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고성능·고용량 D램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변화하는 경쟁환경을 고려해 레거시 제품을 빠르게 축소하고 중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며 "레거시 제품을 줄이는 대신 DDR5, LPDDR5 양산을 확대하기 위한 선단공정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