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극대화로 슈퍼사이클 대비"…두산 사업재편 재시동(종합)

두산밥캣, 에너빌리티→로보틱스 자회사로…합병비율 1대 0.043로 상향
3사 대표이사 기자간담회…"포괄적 주식교환 합병, 최소 1년은 불가능"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두산그룹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기자 = 두산그룹이 '캐시카우' 두산밥캣(241560)을 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454910)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을 재추진한다.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일었던 합병비율은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상향했다. 금융당국과 주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던 포괄적 주식교환은 최소 1년 뒤 재추진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 등 3사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사업 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3사 대표들은 "이번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은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해 투자 여력을 높이고, 연관 있는 사업 분야를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각 사의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 가치를 빠르게 성장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지주사인 ㈜두산의 자회사다.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두산에는 손자회사다. 이번 개편에 따라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 분할 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한다. 두산밥캣의 모회사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변경되는 구조다.

앞서 두산그룹은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낸 뒤, 포괄적 주식교환(1대 0.031)으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금융당국과 주주들 반발에 지난 8월 말 철회했다. 이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의 합병 비율은 1대 0.043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분할합병 비율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게 된다. 두산그룹은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 비율을 시가로 변경하고, 두산밥캣의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결과다.

박상현 사장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선 기존 100주당 27만 원 마이너스(손해)에서 100주당 12만 원으로 플러스(이익) 전환됐다"며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이번 사업구조 재편으로 가치가 더욱 높아질 양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두산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사업 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연관 있는 사업 분야를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사장은 "대형 원전은 향후 5년간 10기, SMR은 60기, 가스터빈은 2038년까지 100기 이상 수주가 예상된다"며 "2028년 기준 2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하고 있는 원전·터빈 시장을 선점하려면 지배구조와 사업구조에 맞도록 재편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도 "농업·건설 분야의 전문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30년 기준 약 12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아직 이 분야의 압도적인 리더는 없다"며 "글로벌 협동로봇 4위이자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건설·농업·물류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인 두산밥캣이 시너지를 내면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했다.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현재 30조 원 규모의 장비 시장은 연평균 12.8%씩 성장해 2031년에는 80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해선 사업 구조와 목표 시장이 비슷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모자 관계 회사로서 각자의 역량(밥캣 하드웨어·로보틱스 소프트웨어)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주주 반발로 지난 8월 철회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합병은 최소 1년 뒤 재추진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스캇박 부회장은 "앞으로 1년간은 (포괄적 주식교환 합병을) 추진하긴 어렵다"며 "그 이후 추진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