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공개매수 무효" vs "본안 가보자"…가처분 기각 신경전(종합2보)

法, 영풍측 2차 가처분 신청도 기각…고려아연 "영풍-MBK 공개매수 무효 가능성"
MBK "본안소송서 현경영진 책임 묻겠다"…'명분 싸움'도 장기전으로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려아연과 영풍이 21일 법원 판결을 놓고 또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고려아연은 법원이 이날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을 두고 "시장교란 및 사기적 부정거래로 지분을 확보한 공개매수는 원천무효 가능성이 있다"며 날을 세웠다. 영풍-MBK파트너스는 "본안소송으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반박했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4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데 이어 비슷한 내용의 두 번째 가처분 신청에서도 최윤범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고려아연(010130)은 입장문을 통해 "영풍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활용 방안으로 제기한 재탕 2차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또 기각했다"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높여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꼼수라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은 지난 14일 끝난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원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베인캐피탈은 오는 23일 주당 89만 원에 자사주 공개매수(최대 수량 20%)를 진행 중이다. MBK-영풍은 고려아연보다 6만 원 낮은 83만 원에 공개매수해 5.34% 청약 지분을 확보했다.

합리적인 주주라면 확정 이익이 더 높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마땅한데, MBK-영풍이 소(訴) 제기를 통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냄으로써 5.34%의 주주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고, 이는 공개매수의 원천무효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보다 6만 원 많은 확정 이익에도 불구하고 5%가 넘는 주주와 투자자들을 자신들의 공개매수로 유인해 인위적으로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교란 행위를 일으킨 만큼 이에 대한 조사와 법적 책임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영풍(000670)은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자기주식 공개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MBK-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의 입장은 고려아연의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서 이사의 배임에 해당하며, 회사가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적립한 임의준비금을 이사회 결의만으로 전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입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향후 장기간 회사 재무구조가 훼손되고 이에 따라 남은 주주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향후 손해배상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며 "본안소송 단계에서는 저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문제점과 위법성을 명백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부연했다.

재계에선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이 '명분 대결'에서도 장기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의 공개매수는 한쪽의 과반 지분율 확보 없이 마무리될 전망이라 연내 임시 주주총회 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지분 7.83%)의 지지를 얻어내려면 지분율과 사업 경쟁력 외에도 적법한 절차 등 '명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