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규제 강화로 행동주의 펀드 활발…'타깃' 기업가치는 하락"

한경협,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발간
"대상 기업 장기적으로 펀더멘털 악화…기업가치 저평가 심화 초래"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News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 주주까지 확대하는 등 지배구조 규제 강화로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기업가치 저평가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풍(000670)과 손잡고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에 나서면서 재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주의보가 일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21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고 시가총액과 자산이 10억 달러(약 13조 원) 이상인 미국 상장사 970개 사(캠페인 성공 549개 사·실패 421개 사)를 대상으로 기업가치를 분석한 결과, 캠페인 성공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일부 개선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캠페인 성공 이전과 비교해 기업가치가 오히려 하락했다.

수치로 보면 캠페인 성공 3년 이내 기업가치는 1.4%P(16.1%→14.7%) 개선됐지만, 4년 이후부터는 다시 14.7%에서 17.1%로 2.4%P 악화했다.

캠페인 성공 이후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주원인으로는 고용과 투자(자본적 지출) 축소에 따른 기업 펀더멘털 약화다.

고용과 자본적 지출은 단기(캠페인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적으로는 각각 평균 3.0%, 평균 10.7% 줄었다. 장기적으로는 고용이 5.6%, 자본적 지출이 8.4% 감소했다. 반면 배당은 단기적으로 평균 14.9%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 캠페인 성공 이전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배당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하면서 기업가치의 저평가가 심화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주의 캠페인 활성화 조성 여건은 지양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된다면 행동주의 캠페인의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크게 증가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활동은 지배구조 규제 정책 강화 추세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 인사이티아(Insightia)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한국 대상 기업의 개수는 2017년 3개에서 지난해 77개로 급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