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현장에""핵심은 기술"…'뉴삼성' 선봉[이재용 회장 2년]
현장 중시하는 이재용…올해도 10개월새 11개국 돌며 비즈니스
매 분기 역대 최대 기술 투자…"현장·기술로 현 위기 극복해야"
- 김재현 기자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지난 2022년 10월 회장 승진을 앞두고 사장단 간담회에서 남긴 말이다.
이 회장이 오는 27일 회장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올해도 위기 속 그룹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활발한 국내외 경영 행보를 보이며 '뉴삼성' 선봉에 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장'을 중시한다. 삼성의 오늘과 내일을 책임질 최전선을 직접 찾아 경영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서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다. 이 회장의 행보를 보면 삼성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도 현장 곳곳을 다니며 동분서주했다. 이 회장은 10개월간 총 11개국, 12차례 해외 출장(공식 출장국 기준)을 다녀왔다.
첫 해외 출장지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에 따른 불법 승계 의혹'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전격 현장행이었다.
이 회장은 말레이시아에서 삼성SDI(006400) 배터리 1공장과 2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기업과 함께 만든 동남아 최대 IT 매장 '삼성 프리미엄 익스피리언스 스토어'에서 스마트폰 시장 반응을 점검했다. 현재와 미래 먹거리를 동시에 살핀 것이다.
지난 4월 유럽 출장 때에는 독일 자이스를 방문했다. 자이스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시장이 확대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 회장이 직접 우군 확보에 나선 셈이다.
지난 5~6월 2주간의 미국 장기 출장 때도 핵심 사업 챙기기에 몰두했다. 이 회장은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단독 미팅을 갖는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분야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을 잇달아 만났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8월 프랑스 파리 올림픽 출장의 핵심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 마케팅이었지만, 반도체 비즈니스도 수행했다. 이 회장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공급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전현직 임원과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함께 수영 경기를 관람했다. EUV 노광장비는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을 위한 필수 장비다.
가장 최근인 필리핀 출장에서는 삼성전기(009150) 생산법인을 찾아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치)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MLCC는 저장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제품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부품으로, 반도체와 함께 'IT·자동차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 회장은 전장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 있다.
'기술'도 이 회장이 강조하는 키워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투자액(28조 3400억 원)은 영업이익(6조 57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5조 8700억 원을 R&D에 쏟아부었다. 앞선 2분기에는 역대 최대인 8조 500억 원을 투입했다.
이 회장의 올해 첫 경영 행보도 기술로 향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을 포함한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과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연구개발)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추석을 앞두곤 프랑스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폐막식에도 참석했다. 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2007년 일본 시즈오카 대회부터 리옹 대회까지 9회 연속 후원하고 있다.
지난달 AI 가전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 방문 때에는 현장 임직원에게 "이건 우리의 독자 기술인가", "우리가 얼마나 앞서 있나", "이 기술을 개발하는 모멘텀이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얼마나 기술을 중시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위기에 놓인 삼성이 이를 극복하려면 현장과 기술에 답이 있다고 본다. 결국 이 회장이 그동안 보였던 행보가 해법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최대 장점은 끈끈한 글로벌 네트워크"라며 "이를 활용해 더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행보에 나서야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의 위기는 결국 기술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라며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어야 '1등 삼성'의 명성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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