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해소 기다리다 오너 리더십 실기"[이재용 회장 2년]

'불법승계 의혹' 1심 무죄…2심 내년 1월 말 선고 유력
"서둘러 등기임원 복귀로 책임경영 강화·리더십 발휘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항소심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사업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고 범용 메모리는 중국 업체에 쫓기는 '샌드위치 위기'에 놓이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불법 승계 의혹' 2심 재판이 시작되며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 매여 있다. 1심은 무죄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내년 1월 말로 예상되는 2심 선고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등 적극적인 경영 활동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주마다 재판 출석…1심 무죄, 2심 선고 내년 1월 말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주 간격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혐의 2심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후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2021년 가석방됐다.

그러나 2020년 9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다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내년 2월 예정된 법관 인사 전에 선고하겠다고 예고했다. 변론은 다음 달 25일 종결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피고인이 공판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공판이 열릴 때마다 법정에 서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재판 출석의무 자체가 제약으로 작용한다.

HBM 부진-中 추격 '샌드위치'…등기이사 복귀 화두로

특히 최근 반도체 위기와 맞물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9조 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의 저조한 실적에 기인했다.

AI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기 침체로 범용 메모리 수요는 침체되는 양극화 현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5세대 HBM(HBM3E) 제품은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범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적극적인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현재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이 회장은 지금도 국내외 사업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을 만나며 실질적인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의결권과 법적 책임을 가진 등기임원으로의 복귀는 대외적으로 책임 경영과 경영 투명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최근 '준감위 2023 연간 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등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법리스크라고 하지만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재차 등기임원 복귀를 촉구했다. 불공정거래 등으로 자본시장법상 유죄가 확정되면 상장사 등기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강력한 리더십 위해 복귀해야"…삼성, 부문장 중심 쇄신 박차

기업법 전문가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회장이 1심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려면 등기임원에 복귀해야 한다"며 "전문경영인이 과감한 도전 정신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지금의 부문장 체제에서 조직과 인적 쇄신을 차질 없이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휴대전화와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DS부문은 전영현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전 부회장은 3분기 잠정 실적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고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가 있다"며 △기술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