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친환경선박도 이정도라고?"…中조선 기술력 '일취월장'
中 "올해 친환경선박 70% 수주"…카타르 LNG선 24척 따내고 메탄올·크루즈까지
수십년 '노하우' 성과 내며 역전 노려…"日 조선 몰락, 반면교사 삼아야"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중국 조선업이 규모뿐 아니라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조선업 굴기'를 이어가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2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1~9월 전 세계 친환경선박의 70% 이상을 자국 조선업계가 수주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세계 18개 주요 선박 유형 중 14개 유형에 대한 신규 발주에서 자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중국 매체들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및 독점 기술이 중국 조선 업계의 새로운 주요 부분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은 지난 4월에 이어 9월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총 24척을 따내며, 그간 국내 조선업계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해 온 LNG 운반선 시장에서 선전하는 모습이다.
이외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거나 생산하지 않는 메탄올 추진선이나 크루즈선까지 건조해 나가며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조선업계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현재는 규모 기준으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누적 수주량은 중국이 3467만CGT(표준선 환산톤수), 70% 점유율로 1위다. 한국의 수주량은 872만CGT(18%)로 2위다.
여기에 그간 기술 장벽에 가로막혔던 친환경선박까지 기술력이 올라오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노하우 축적이 중요한 조선업에서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군함을 건조하거나 규모를 토대로 저가 선종을 다량 수주하며 기술력을 쌓아온 결과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대량으로 물량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건조 학습 효과를 분명히 쌓아 왔다"며 "양국 간 격차는 수치화하긴 어려워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선 많이 좁혀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까지 친환경 발전체계 구축 및 친환경 조선 기자재 공급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는 조선업의 성숙한 공급망과 선진 기술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자국 1·2위 조선사 합병을 추진하며 산업 재편도 서두르고 있다. 1위 CSSC와 2위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이 합병하면 총 자산이 75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조선사로 탄생한다. 업계에선 중국이 합병을 계기로 불필요한 자국 내 경쟁을 줄이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며 고부가가치선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중국 업체들과 소모적 경쟁을 펴기보다는 고가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펴고 있다. 수년 치 일감을 쌓아 도크가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양보다 질'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 조선업계가 2000년대 초반 한국·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할 당시 적극 대응하지 않아 몰락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친환경선박 기술력 강화와 함께 밸류체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연료로 이어지는 친환경선박 분야에선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에너지 분야나 특수선, 애프터마켓 등으로 사업 영역을 보다 폭넓게 확장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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