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도 이재용도 돌아오라…"사면초가 삼성, 카드 다 꺼내야"

삼성, 반도체 위기 속 대대적 혁신 속도…인적쇄신·내부진단 추진
총수 등기임원 복귀 등 지배구조 개편 동반해야…'삼성 감시자'도 힘 실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항소심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방위 위기를 맞아 인적 쇄신을 예고한 삼성전자가 추가로 빼들 조직 재정비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 외에 지배구조 개편 등 혁신이 동반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책임경영을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함께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 부활론이 높아진다.

위기 탈출 첫발…인적쇄신 준비하고 경영진단 박차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위기를 인정하고 대대적인 혁신 밑작업에 돌입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반도체(DS) 부문의 임원진 교체 및 감축 등 인적 쇄신은 이미 준비 중이다. 통상 12월 초에 진행됐던 연말 인사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메모리 시장 경쟁력 확보 실패 배경과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일종의 감사 격인 경영진단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고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위기 정면돌파 위해…"이재용 등기임원 복귀" 목소리

수술대에 오를 또 다른 대상에는 지배구조도 꼽힌다. 특히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등기임원은 법인등기부등본에 등재돼 이사회 활동을 하는 임원을 말한다. 이 회장은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총수의 등기임원 복귀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다. 경영 위기 극복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가 불거졌을 때 이 회장은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에 올라 위기를 정면 돌파한 사례도 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상 법적 책임이 따르는 등기임원 복귀는 더 큰 부담일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불법 승계 의혹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위기 키웠다…힘 실리는 '미전실 부활'

삼성 안팎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도 언급된다. 과거 그룹의 구심점이었던 미래전략실(미전실)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의 삼성에 미전실 격 컨트롤타워만 있었다면 애초 위기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설령 위기가 찾아왔더라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단기간에 극복해 낼 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전실은 핵심 현안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고 미래를 위한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그룹의 조타수 역할을 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굵직한 M&A(인수합병)나 신사업을 주도했다. 삼성의 핵심 먹거리로 부상한 바이오(의료기기)나 배터리 사업 등도 미전실이 존재했던 시절 키웠다.

하지만 미전실은 국정농단 사태의 창구로 지목되며 2017년 해체됐다.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이 "국민이 (미전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없애겠다"며 직접 폐지를 지휘했다.

이후 '미니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두고 지난해 미래사업기획을 신설했지만 미전실만큼의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DS 부문이 약 15조 원의 적자를 냈을 때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미래를 책임질 추진력은 물론 위기 대응 역량도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급기야 '삼성의 감시자'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나서 지배구조 혁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준감위는 삼성의 준법 감시와 통제 기능을 위해 설치된 독립위원회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지난 15일 발간한 준감위 2023년 연간 보고서 발간사에서 "과거 삼성의 그 어떠한 선언이라도 시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며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