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준감위원장 "삼성 사면초가…컨트롤타워 재건해야"

준감위 2023 연간보고서 발간…"이재용 회장도 등기임원 복귀해야"
"사법리스크 두려움 자신있게 벗어나야…준감위 역할 믿어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8.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이찬희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복귀하고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15일 발간한 준감위 2023 연간 보고서에서 "구성원들에게 '우리는 삼성인'이라는 자부심과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심어주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 방안으로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개선을 제안했다.

그는 "삼성은 현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최대 기업이지만,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의 약화, 인재 영입의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며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외형적인 일등을 넘어 존경받는 일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화 속에서도 원칙이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법률과 판례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경되는 것처럼, 경영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변화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삼성의 그 어떠한 선언이라도 시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하고, 사법리스크의 두려움에서도 자신 있게 벗어나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있을지 모를 준법경영 위반의 위험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준엄한 원칙의 잣대를 가지고 감시자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등 위기가 고조되면서 대대적인 조직과 인사 쇄신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늦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대신 전자, 금융, 물산 등 3개 사업 부문에 각각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기는 이 위원장이 이전부터 주장해 온 내용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이던 2016년 10월 임시 주총을 통해 등기이사인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나, 임기 중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현재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이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