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산 시대' 맞은 K-방산…'명품 무기' 수출 확대 전진기지

한화에어로, 호주에서 K9 자주포 생산…현대로템 K2 전차 폴란드 생산 논의
주변국·동맹국 수출 확대 계기도…기술 유출·국내 부품업계 피해 '과제'

23일 오전 호주 질롱시에서 열린 한화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앞줄 왼쪽 세 번째),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앞줄 왼쪽 네 번째),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앞줄 오른쪽 두 번째), 사이먼 스튜어트 호주 육군총장(앞줄 왼쪽 첫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2024.8.23/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K-방산의 해외 생산 시대가 열리고 있다. 수출이 늘어나면서 수출국의 현지 생산 요구가 늘어나면서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피해 최소화가 과제로 꼽힌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 2일 폴란드 방산업체 WB일렉트로닉스와 천무 다연장로켓 유도탄의 현지 생산을 논의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논의는 향후 대표 수출 상품인 K9 자주포 등 폴란드 현지에 수출된 무기로 확장될 전망이다.

주력 수출품으로 자리잡은 K9의 경우 이미 현지 생산은 시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방산업체 최초로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에 공장 H-ACE를 건립하고 K9, K10의 호주 개조모델인 AS9 자주포와 AS10 탄약 운반차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 수출 계약을 맺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도 H-ACE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수출이 늘어날수록 현지 생산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무기 수출은 수입국에 기술 이전 및 부품 발주 등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절충교역'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현재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현대로템(064350)의 K2 전차 폴란드 수출 2차 실행계약 협상에서도 현지 생산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앞서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와 폴란드형 K2 전차(K2PL) 생산·납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신규 컨소시엄 합의서를 체결했다. K2PL 컨소시엄은 폴란드 현지 K2PL 전차 생산역량 구축 및 적기 납품을 위한 협력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논의가 늘어날수록 현지 생산 요구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절충교역 특성상 상대국의 현지 생산 요구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그디니아의 해군기지에 도착한 K-2 전차. ⓒ AFP=뉴스1 ⓒ News1

현지 생산은 다시 수출 확대를 불러오기도 한다. 주변 국가들의 접근성이 좋아지는 만큼 해당 무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가 1조27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입을 결정했다. 최근에는 슬로바키아가 K2 전차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생산 국가의 동맹국과 거래 가능성도 기대효과 중 하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H-ACE를 주요 동맹국의 생산 기지로 활용, AUKUS(미국·호주·영국·안보 협의체) 및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동맹)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어려움도 있다. 해외 생산이 많아질수록 국내 부품업체는 소외된다. 현지 생산 과정에서 기술 유출 우려도 있다. 이에 현지 생산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위해 현지 생산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국내 방산 생태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