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지분, 고려아연이 사겠다"…'질서 있는 이별' 가능성은
최윤범 회장 "영풍도 고려아연 주주…자사주 공개매수 참여할 수 있어"
자사주 공개매수 계기 고려아연·영풍 '분리' 해법…영풍 "마타도어" 아직은 '싸늘'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영풍도 고려아연 주주로서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장형진 영풍 고문에게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것을 공개 제안하면서 이번 사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최 회장은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의 경영권 장악 시도가 무산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이는 동시에 영풍 측과 '질서 있는 이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전날(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형진 영풍 고문을 향해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허심탄회하게 상의드리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75년 동업 관계였던 영풍과 장 고문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최 회장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영풍 또한 고려아연의 주주로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헐값에 넘길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 지분을 투자 재원으로 해서 석포제련소 개선 등 경영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이 적법한 경영 판단을 통해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경우, 영풍의 중대재해 및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 확대 등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영풍이 원한다면 우리(고려아연)는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선 최윤범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기로 고려아연에 대한 양가(兩家) 지분을 정리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무산 또는 실패하더라도 장씨 일가의 지분(33.1%)은 여전히 남는다. 이미 동업 정신이 파탄난 상황에서 영풍 및 장씨 일가의 지분을 매입해야 깔끔한 이별이 마무리된다.
고려아연과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총 3조1000억 원을 투입해 주당 83만 원에 발행주식 총수의 18%를 공개 매수한다. 현재 영풍 및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3.13%로 공개매수 수량을 초과하지만, 장씨가 공개매수에 응해 지분 일부를 넘기면 영풍 측 지분율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다만 영풍이 최 회장의 제안에 반응할지는 안갯속이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명백한 배임"이라며 "영풍-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주식 공동보유 약정을 맺었으므로 고려아연 측의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마타도어"라며 "오히려 최 회장도 저희 쪽(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참여하실 수 있다"고 받아쳤다.
영풍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원만한 해결 방안'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정치적인 제스처"라며 "진정으로 화해할 의사가 있다면 먼저 당사자(장 고문)를 찾아와서 대화해야 했다. (그런 모습 없이) 마치 정견 발표하듯 화해를 말하는 것은 의도성이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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