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파업하면 세계물류 마비"…美 항만 '50년만의 파업' 비상

내달 미 동부항만 파업 여부에 촉각…운임 증가·물류적체 재발 가능성
하루 파업해도 복구엔 4~6일…국내 수출기업들 조기선적으로 대비 중

선적하지 못한 컨테이너 수백개가 미국 뉴욕항에 쌓여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로이터=뉴스1 ⓒ News1 유새슬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미국 동부 항만에서 50년 만에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며 글로벌 물류 적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업 장기화 시엔 해운운임 인상을 비롯해 국내 수출기업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오는 30일까지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노조원 2만 5000여명이 내달 1일부터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뉴욕, 휴스턴 등 주로 미국 동안에 있는 항만들이 대상이며 미국 전체 항만 물동량의 약 41%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1977년 마지막 파업 이후 47년 만이 된다.

이번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물류 적체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대체 항구인 미 서안 항구로 우회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서안도 상당한 물류를 처리하고 있어서다.

미 서안의 로스앤젤레스(LA) 항구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96만 TEU(6m 컨테이너 1개)의 물량을 처리했다. LA의 롱비치항도 같은 기간 34% 늘어난 91만 TEU를 기록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 시 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하루 파업의 영향을 해소하는데 4~6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으며, 2주간 파업을 벌이면 올해 안으로 항만의 정상화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물류 혼잡현상이 장기화하면 물동량 감소로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던 운임도 다시 뛸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기준 미 동안과 서안의 운임은 1 FEU(12m 컨테이너 1개)당 6487달러, 5341달러로 올해 최고점을 기록했던 7월 5일 9945달러, 8103달러에 비해 34%씩 하락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홈페이지를 통해 "ILA 파업은 화물 이동 지연 및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파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혼란이 악화돼 수출입 활동, 컨테이너 가용성 및 전반적인 운영 효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1위 스위스 MSC를 비롯해 프랑스 CMA CGM(3위), 독일 하팍로이드(5위) 등 글로벌 선사들은 미 동안 노선 선적에 대해 TEU당 500달러에서 1500달러 수준의 할증 적용을 발표했다.

HMM(011200) 등 국내 해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선사들은 주로 미 동안보다는 서안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남미로 가서 육상 운송을 하거나, 미 서안으로 가서 철도 운송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체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기업들의 경우 이미 5월부터 파업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조기선적을 진행해왔다는 것이 한국무역협회 설명이다. 무협은 사태가 심각해지면 홍해 사태와 마찬가지로 해상운송사업을 지원하거나 애로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미주 노선을 운항 중인 국적선사는 HMM과 SM 상선이며 주요 물품은 자동차 부품, 식품, 생활용품 등이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