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입고 결연' 고려아연 엔지니어들 "MBK 믿지 않는다"

50년 일궈온 세계 1등 기술력 강조…MBK측 자본의 논리 거부
"현 경영진과 함꼐 할 것…MBK에 경영권 넘어가면 퇴사"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4.9.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박종홍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010130) 임직원들이 작업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핵심 기술인력들인 이들은 50년간 축적한 세계 1위 제련 기술이 자본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K로 경영권이 넘어간다면 퇴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이제중 CTO(최고기술책임자) 부회장을 포함한 기술 분야 임직원들이 현장 작업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영풍과 손을 잡고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는 사모펀드 MBK를 비판하기 위해 마련됐다. 마이크를 잡은 이 부회장은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공채로 입사했다. 특히 온산제련소장 출신이자 제련 기술 분야 최고 임원으로 불린다.

이 부회장은 CTO 특성상 고려아연의 재무적 상황보단 50년 역사와 매년 발전을 거듭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수십 년간 밤낮없이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한 엔지니어와 연구원의 눈물 어린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관리는 고추밭 주인이 매일 가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라며 "50년간 매일 잡초 뽑는 그런 경영으로 고려아연을 일궈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동일한 제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의 실적은 엇갈린다. 고려아연은 98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지만 영풍은 적자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두 기업의 실적을 가른 핵심은 기술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12가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영풍은 2가지에 불과하다"며 "투기 회사 입장에서 보면 고려아연은 팔아먹을 수 있는 몇천억원짜리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MBK는 고려아연 기자회견을 앞두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해 억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MBK 입장을) 믿지 않는다"며 "우리 기술자들은 거기(MBK 인수 후)에 안 가고 다 그만둘 것"이라고 맞섰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의 모든 실적과 미래를 위한 비전은 현 경영진과 기술자들이 이룬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