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 내세워 공격 나선 MBK…고려아연 실적 뜯어보니 '반전'

지난해 아연 시세 급락, 신사업 강화 등에 일시적 악화…올해 매출·영업익 동반 '턴어라운드'
MBK 지적한 부채 증가, 부채비율로는 30%대 '양호'…온산제련소 공정합리화 효과로 향후 실적도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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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지난해 부진을 털고 턴어라운드에 진입했다. 바닥을 찍은 실적은 아연 시세 반등과 공장 효율화 투자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올해 실적은 전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영권 인수 시도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이유로 내세운 실적 악화 주장과 배치된다. 부채비율도 30% 수준으로 MBK가 주장한 재무건전성 부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5조 4335억 원, 4532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8.7%, 50% 늘었다. 수익성 개선이 매출 상승과 비교해 더욱 뚜렷했다.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매출 창구인 아연 시세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하락하면서 실적 상승세가 꺾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아연 시세는 지난 2023년 1월 평균 톤당 3289달러를 찍고 내림세를 그렸다. 같은 해 3월부터 연말까지 2400∼2600달러 박스권에 머물렀다. 그동안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려온 데 따른 자연스러운 피크 아웃 측면도 있다.

인건비 증가도 감당해야 할 요인이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신사업으로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이차전지 소재·자원순환)를 추진 중이다. 관련 사업을 맡을 직원을 대거 충원하자 판매비 및 관리비 급증은 불가피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1878명으로 전년 동기(1720명) 대비 158명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 중 급여는 692억 원에서 947억 원으로 증가했다.

고려아연 단일 최대주주인 영풍(000670)과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를 지적하면서 경영권 인수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전문경영진의 관리가 조화롭게 작동하는 선진 거버넌스 구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9일 "고려아연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며 "신사업 투자금을 모두 차입에 의존하게 되면 부채 부담은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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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려아연은 올해 들어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다. 우선 아연 시세가 박스권 돌파 이후 지난 5월 3093달러로 올라섰다. 이달 기준 시세는 2892달러다. 메탈 가격 변동 리스크 해소를 위한 온산제련소 합리화 투자 효과도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통합 관리체계를 수립해 155억 원의 비용을 아꼈다.

MBK파트너스가 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비판했지만 부채비율로 보면 사정이 다르다. 최근 5년간 부채비율은 △2020년 19.9% △2021년 28.8% △2022년 31% △2023년 24.9% △2024년 상반기 기준 36.5%다. 부채비율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이는 과거 부채비율이 너무 낮았던 것일 뿐 30%대 부채비율은 안정적인 상태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증권업계는 올해 고려아연의 호실적을 전망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을 웃도는 11조 8632억 원, 9798억 원으로 추정했다. 고려아연은 현재 진행 중인 온산제련소 Fumer(제련 공정 부산물 회수 설비) 공정 합리화 투자가 마무리되면 해마다 609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전통적인 제련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MBK파트너스가 당사 경영권을 확보하면 핵심적인 사업 전략이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