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노조 "기간산업 약탈 시도"…MBK "中에 매각 안해"(종합)

MBK "최대주주가 지분율 높이는 것뿐…최윤범 2.2% 지분으로 총수처럼 군림"
MBK "공개매수 실패 없을 것" 자신…노조 "정부, 기간산업 해외매각 막아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9.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박종홍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측 반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19일 직접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 중국 매각설 등 논란 차단에 주력하면서 고려아연 인수 시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반면 고려아연 노조는 이번 MBK파트너스의 주식 공개매수를 '약탈적 인수합병'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MBK "최대주주가 지분율 높여 경영 제대로 하려는 것"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대주주 지위에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는 거지, 1대주주가 따로 있고 경영권이 누군가에 있는 회사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000670)과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 중이다. MBK파트너스의 투자목적회사(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의 지분 최대 14.56%(301만 4881주)를 주당 66만 원에 공개매수한다. 영풍도 0.05%(1만 주)를 공개매수로 확보할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공개매수를 추진한 배경을 '파기·위기·기회' 세 키워드로 설명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75년 동업을 이어오다 결별한 이유는 최 회장이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독단적으로 결정해 신뢰를 깼기 때문이며, 최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해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부채가 최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던 2019년 41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 원으로 35배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6.8%로 반토막이 났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이라며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문제 삼는 것은 최 회장 개인"이라며 "(지분) 2.2% 주주가 왜 총수처럼 군림하는가"라고도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관여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인 이그니오 고가 매수 등 의혹도 제기했다. 최 회장이 비상식적인 투자를 독단적으로 결정했고, 38건의 투자 중 30건이 적자를 기록해 누적 당기순손실이 5297억 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9.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MBK가 중국계? 마타도어…먹튀 등 논란 행동 안 할 것"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중국 매각설' 등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된 토종펀드"라며 "중국계 펀드라는 주장은 마타도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먹튀 등의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두겸 울산시장과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선 "소통이 부족했다"며 "울산시장 쪽에 면담을 요청했으며, 울산에 내려가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 노조에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을 제외한 다른 경영진에 대해서도 "매우 귀중하다"며 고용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우호지분)로 알려진 현대자동차그룹, LG화학, 한화그룹 등 대기업 지분(18.4%)에 대해선 "최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닌,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이라며 "(경영권 확보 이후) 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66만 원)보다 오른 데 대해선 "고려아연 기타 주주의 97.7%는 기관투자자로, 대부분 장기투자자"라며 "개인주주가 3%에 불과해 공개매수 실패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최소 목표 물량) 7% 정도면 해볼 만하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보유 지분 일부만 파셔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려아연 노조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정부 적극 대응해야"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MBK·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50년 역사의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에 회사를 빼앗기는 엄청난 위협 앞에 직면했다"며 "즉각적인 공개매수 철회를 선언하고, 고려아연 노동자의 일자리 침탈을 즉시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 50년간 근로자들의 피땀과 헌신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고 한다"며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공개매수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노동자의 안위는 뒷전"이라며 "고려아연 노동자와 그 가정의 생존권 위협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노조는 "정부는 국가기간산업의 핵심인 고려아연을 약탈해 해외자본으로 팔아넘길 우려가 있는 이번 공개매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약 7.8%를 보유한 2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과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배당안 등을 놓고 표대결을 벌일 당시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