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도 이제 부산 갈 판에…항공사들 지방노선 못늘리는 이유

외국인 방문객 4분의 1은 열차 이용…60% 이상은 부산, 경주·전주도 찾아
철도 달릴수록 수요 뺏기는 항공…지방發 국제선은 오히려 다양성 감소

무더운 날씨를 보인 28일 한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 해운대구 일대에 낀 짙은 해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2024.6.2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도시 간 이동 수요를 철도가 담당하고 있어, 항공사들이 쉽사리 지방 노선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사이 지방공항간의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21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1~7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911만명 중 열차를 이용한 외국인은 23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2% 증가했다.

외국인 4명 중 1명꼴로 열차를 이용한 셈인데, 그중에서도 부산(61.6%)을 방문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동대구(6.4%), 경주(5.7%), 전주(3.3%) 순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외국인 여행객이 인천으로 입국해 서울만을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 도시를 가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국내 항공사도 외국 지방노선을 꾸준히 신규 취항하는 만큼 전반적인 여행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선에서 항공과 철도는 서로 수요를 뺏는 대체재의 관계다. 고속철도가 잘 발달해 있다 보니 5만원 정도 가격으로 2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면 서울에서 반대편인 부산까지도 갈 수 있어 속도가 장점인 항공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비자의 입장에서 운항 시간대가 촘촘하고 정찰제로 운영되는 철도의 장점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은 국내외 항공사가 지방 노선 개설을 망설이는 이유기도 한다. 특히 자국민의 수요에 의존해야 하는 외국 항공사들이 빈 비행기에 대한 부담이 크다.

예컨대 부산~해외 노선을 운항하면, 부산으로 입국한 관광객들이 부산에서 출국하는 게 아니라 열차를 타고 인천으로 가서 출국하는 것이다. 혹은 인천으로 입국해 열차로 여행을 마친 후 다시 인천으로 출국하는 경우도 있어 지방 노선의 매력이 떨어진다.

앞서 뉴스1과 인터뷰한 벤야민 이스마일 에어아시아 엑스 CEO도 "기본적으로 우리 비행기를 이용해 오가는 말레이시아 승객에 의존해야 하는데 말레이시아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방식이 부산으로 들어가 부산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서울로 나온다"며 지방 노선을 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국적사들이 지방 노선을 늘리고 있지만, 대체로 김해공항(부산)발 중단거리에 집중됐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이달부터 부산발 중화권 및 일본 노선을 늘렸다. 제주항공도 코타키나발루 등 부산 노선을 강화했다.

그나마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가 경쟁하는 청주공항이나 티웨이항공이 본사를 둔 대구공항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기준 올해 1~8월 국제선 여객수가 98만 8467명, 91만 1991명으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플라이강원이 빠져나간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의 같은 기간 국제선 여객수는 1만 489명, 운항편수는 72편에 그쳤다. 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1~8월의 1만 4666명, 154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