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만 잘나가고 PC·스마트폰 부진…'메모리 양극화' 걱정

HBM·고성능 eSSD 등 AI 메모리 수요 증가세 지속
범용 D램·낸드는 수요 부진…"하반기 회복 가능성 낮아"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SK하이닉스 제공) ⓒ News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PC·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범용 메모리 수요는 부진이 이어지는 '양극화' 우려가 나온다. AI 메모리 수요는 매출 증대에 긍정적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높은 범용 제품 수요 부진이 심화하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18일 시장조사기관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AI 메모리 수요는 증가하고, PC·스마트폰용 제품 수요는 부진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지난 13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8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하향하면서 "3분기 현재 스마트폰, PC 등 B2C 제품 판매 부진에 따른 세트 업체들의 메모리 모듈 재고 증가로 하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이 당초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3분기 현재 스마트폰, PC 업체들의 메모리 모듈 재고는 평균 14주로 추정되어 세트 업체들은 연말까지 보수적인 부품 구매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D램 수요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AI 및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해 하반기에도 공급은 타이트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B2C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시장조사기관들의 발표에서도 확인되는 흐름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5달러로 7월(2.10달러)보다 2.38% 하락했다.

D램 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로 줄곧 상승하거나 유지됐는데, 1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세트 업체들의 완제품 판매 부진에 따라 메모리 재고 소진이 더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I 확산으로 HBM 매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범용 D램 제품의 매출 비중이 더 높다.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0%, 전년 동기 대비 250% 증가했지만 연간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본격화하지 못한 삼성전자의 경우 HBM 매출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 전망이다.

낸드 부문에서도 AI 서버용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범용 제품 수요는 부진하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테라비트(Tb)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QLC 9세대 V낸드는 셀 상태 변화를 예측,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는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대 대비 성능은 100%,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0% 개선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4.9.12/뉴스1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 비트 출하량은 PC와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늘면서 직전 분기보다 1% 감소했다. 하지만 견조한 AI향 고성능 eSSD 수요 증가로 평균판매단가(ASP)는 15% 상승했고, 그에 따라 전체 매출도 전 분기 대비 14.2% 증가한 167억9600만 달러(약 22조5000억 원)로 집계됐다

트렌드포스는 "낸드 공급업체들의 수익성이 2분기부터 회복됐고 AI와 서버 시장의 강력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3분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상반기 예상보다 부진한 PC와 스마트폰 판매는 낸드 출하량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낸드 매출도 각각 14.8% 증가한 62억 달러, 13.6% 증가한 37억1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3분기에도 AI향 SSD 수요는 견조해 매출은 늘어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북미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수요가 계속 증가해 eSSD의 조달량이 더 증가할 것"이라며 "계약 가격이 이전 분기 대비 15% 상승하고, 공급업체 매출은 약 2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