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 친환경항공유 시장 잡아라"…SAF 사업 뛰어드는 정유사들
SAF 사업 투자 망설이던 정유업계, 법·제도 시행에 "불확실성 해소"
SK에너지, 국내 첫 SAF 전용라인…에쓰오일·HD현대오뱅도 검토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업을 본격 확대하기 시작했다. 석유 정제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를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이어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 항공편에 대한 SAF 혼합 급유가 의무화되면서 업계가 목말랐던 '투자 요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최근 SAF 전용 생산라인을 준공하고 10월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하기로 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춘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SK에어지는 내년 초부터 인천발 도쿄(하네다)행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공급할 예정이다.
SAF는 폐식용유와 같은 폐기름, 동·식물성 유지, 농업 부산물, 옥수수 등 친환경 원료를 활용해 일반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가량 줄일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 혼유(2%)를 의무화하는 등 세계적으로 SAF 수요가 늘고 있다.
SK에너지의 SAF 생산라인은 코프로세싱(Co-Processing·공동 처리)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석유 원료와 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넣어 석유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함께 생산할 수 있다. 울산콤플렉스(CLX) 원유 탱크 중 하나를 SAF 전용으로 지정하고, 5㎞ 길이 전용 배관을 설치했다.
코프로세싱은 HD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S-OIL)(010950)도 채택하는 방식이지만, SK에너지는 전용 탱크와 배관을 활용해 'SAF 연속 생산'이 가능하다. SK에너지는 SAF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원료 수급→생산→판매로 이어지는 'SAF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SAF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확실한 블루오션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글로벌 SAF 수요가 2022년 24만 톤에서 2030년 1835만 톤으로 70배 넘게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는 2021년 약 1조 원 수준이었던 SAF 시장 규모가 3년 뒤인 2027년에는 28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그간 SAF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우리나라는 경쟁국에 비해 관련 법·제도가 미비했고, 이에 따른 내수 수요도 부족했던 탓이다. SAF 전용 생산설비는 약 7000억~8000억 원의 투자비가 필요한데, 국내 시장은 아직 개화 시점이 도래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을 기점으로 업계 분위기가 달라졌다. 석유 정제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2027년부터는 국내를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를 1% 이상 혼합 급유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이 발표되면서 수요가 손에 잡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SK에너지를 신호탄으로 정유사들이 SAF 전용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국내 최초로 대한항공 인천~하네다 정기노선에 SAF를 주 1회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에쓰오일은 SAF 전용 생산시설 건설도 검토 중이다.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는 지난달 30일 "차세대 친환경 SAF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요 증가에 대비하여 안정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SAF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오일뱅크도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을 활용한 바이오 항공유 및 SAF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일본 마루베니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첫 SAF 수출 기록을 쓰기도 했다. GS칼텍스도 SAF 사업 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AF 시장은 아직 초입 단계지만 저탄소·친환경 기조에 따라 유럽도 내년부터 SAF 혼유를 의무화하는 등 수요가 확실하다"며 "국내도 최근 법·정책 시행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돼 (정유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유인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