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합병·외부 연합…에코프로 '리튬·니켈' 챙겨 기초체력 키운다

계열사 이노베이션·씨엔지 합병…원재료 사업 포괄할 법인 설립
경영 복귀한 이동채 전 회장, 中 GEM 경영진 만나 협력 확대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가운데)이 허개화 GEM 회장(오른쪽), 왕민 GEM 부회장(왼쪽)과 에코프로 본사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에코프로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에코프로(086520)그룹이 이동채 전 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필수 광물 밸류체인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적으로 계열사 합병뿐 아니라 해외 기업과 연합 전선 구축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실적 부침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리튬과 니켈 등 양극재 필수 광물 시세의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은 계열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를 합병한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리튬 사업을 맡고 있다. 에코프로씨엔지는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양사 사업을 포괄하는 통합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에코프로그룹은 필수 광물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합병이란 결단을 내렸다. 광물의 시세 급등락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양극재 사업을 맡고 있는 주력 계열사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 779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4.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5억 원으로 무려 95.2% 줄었다. 필수 광물의 역래깅 효과가 수익성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역래깅 효과란 원재료의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를 뜻한다. 광물 시세가 상승하는 시기엔 미리 저렴하게 구매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래깅 효과를 얻는다. 반면 가격이 급락할 경우 반대 현상인 역래깅 효과로 손해를 입는 구조다.

올해 필수 광물의 시세는 급락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이달 리튬 ㎏당 시세는 69.5위안으로 지난 4월(109.5위안) 대비 36.2% 떨어졌다. 지난 2022년 11월 시세(577.5위안)와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 크다. 니켈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 톤당 시세는 1만 5610달러다. 지난해 초 2만 8240달러에서 빠르게 하강 곡선을 그렸다.

이달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경영에 복귀한 이동채 전 회장(상임고문)의 첫 행보 역시 필수 광물의 밸류체인 확보에 목적을 뒀다.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소를 보유한 중국 기업 거린메이(Green Eco Manufacture·GEM) 경영진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GEM은 인도네시아에 4개의 제련 법인을 운영 중이다. 에코프로그룹은 그린에코란 제련소 지분 9%를 투자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사는 니켈 제련 사업과 양극재 중간 소재인 전구체 사업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한다. GEM의 제련소에서 니켈을 저렴하게 수급해 가격 경쟁력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다만 에코프로그룹은 필수 광물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과 달리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엔 신중하다.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만큼 광물 확보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지난 7월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 등을 반영해 중장기 양극재 캐파 하향과 속도 조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