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까보면 다 액셀 밟더라"…급가속시 당황 말고 꼭 이렇게
국과수, 5년간 급발진 의심사고 EDR 조사 결과…전부 '페달 오조작'
자칭 전문가들 섣불리 '급발진' 거론해 불안 키워…"모든 페달에서 발 떼라" 명심해야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최근 5년간 분석한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은 모두 '페달 오조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당황한 나머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튜버나 자칭 전문가들이 섣부르게 급발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근거 없는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11일 국과수가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64건의 급발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국과수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차량이 완전히 파손돼 분석이 불가능했던 경우(42건)를 제외한 나머지 321건 모두 운전자 페달 오조작이 사고 원인이었다.
올해 7월 서울 시청역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도 마찬가지다. 당시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검찰은 과학수사 결과 가속페달을 밟았다며 운전자를 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가 남아 있긴 하지만 EDR, 폐쇄회로(CC)TV, 신발 바닥 패턴 흔적 등은 페달 오조작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 발생 약 두 달이 지났지만, 급발진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페달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주장에서부터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 물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업계에선 세계적으로 페달 오조작에 의한 급가속 사고가 광범위하게 확인되고 있는데도 유독 국내에서 '차량 결함'을 내포하는 급발진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해 3000건 이상의 페달 오조작이 발생하는 일본은 '급발진'이라는 용어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급가속 또는 페달 오조작 사고 등 용어가 일반적으로 쓰인다. 일본은 문제 해결을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시스템을 2012년부터 도입했다. 2021년 출시한 신차의 93%는 이 장치를 탑재했고, 사고율도 10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미국 역시 급가속 사고가 적지 않지만, 용어는 급발진 대신 '의도하지 않은 가속'(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SUA)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아직 급발진 인정 사례는 없으며, 2009년 발생한 도요타 급가속 사건도 전자계통 오류가 아닌 가속페달 문제로 결론이 났다.
국내에선 급가속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급발진 아니냐'는 의심부터 튀어나온다. 마치 차량의 전자적 결함에 의한 급가속이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전제하는 듯한 반응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국과수의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급가속 사고에 대한 첫 반응은 '저것도 페달 오조작 아니냐'는 의심이어야 합리적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에선 특히 교수나 변호사, 자칭 정비 명장 등의 소위 전문가들이 섣불리 급발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일반인들의 확증편향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말을 얼핏 들으면 일리 있는 얘기로 보이지만 자동차 구조 및 원리를 조금이라도 알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는 'EDR' 신뢰성인데, 업계에선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EDR은 사고 발생 시 사고 이전 5초 동안 각종 데이터를 휘발성 메모리에 기록하고 저장한다. 사고 분석 핵심인 가속페달과 제동페달 정보 역시 각각 분리돼 수신된다. 모든 제어기가 한꺼번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은 없으며, 제어기 오류 시 EDR에는 고장 또는 유효하지 않은 데이터 등으로 기록된다.
일각에선 대안으로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주장하지만, 이는 급발진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후 확인 용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공포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급발진 주장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밟고 있는 모든 페달에서 발을 떼라'는 인식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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