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정제마진' 정유업계 비명…전기차로 석유 수요도 줄어

정제마진 급락세에 일시적 마이너스 기록…정유업계 실적 압박 지속
국제유가 하락에 재고 평가손실도 확대…"유가 저점 50달러대 전망까지"

서울의 한 주유소(자료사진) 2024.8.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제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드리운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정제마진이 급속히 떨어지는 데다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래깅 효과도 우려돼 실적 개선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1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들어 1.6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68% 하락한 수치다. 로이터는 "2020년 이후 계절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소보다 일찍 저점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정제마진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4.32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5일 -0.31달러를 기록했다가 6일 1.42달러로 회복했다.

정유업계는 통상 4~5달러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유업계의 업황이 극도로 악화한 셈인데 계절적 성수기였던 6~8월 드라이빙 시즌에도 미국의 휘발유 소비가 부진했고 중국의 경기 둔화로 석유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중국 등 주요국의 전기차(EV) 전환 추세가 가파른 점도 석유 수요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운행 중인 차량 중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해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은 3%"라며 "올해 전체 석유 수요 증가분 (예상치에) 달하는 145만 B/D(하루당 배럴)를 대체할 규모"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업황 악화가 계속되는 데다 계절적 성수기도 지나간 만큼 3분기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010950)의 3분기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61.5% 감소한 3307억 원이다. SK에너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모회사인 GS 역시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같은 기간 72.08%, 26.6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제 유가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逆) 래깅 효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70달러 선을 밑돌고 있으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최근 10월 아시아 인도분 원유 공식판매가격(OSP)를 인하했다.

역래깅 효과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전에 쌓아둔 재고 평가 손실이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까지 한달쯤 시차가 발생하는데 비싸게 사둔 원유를 정제해 싼값에 판매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1개월 래깅 정제마진은 지난 8월 -4.0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첫째 주에도 -2.1달러로 마이너스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평균적으로 6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저점으로는 50달러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가는 하반기에 생각보다 많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정제마진도 업계 기대와는 다른 추세라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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