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그래도 할 건 해야지"…배터리·소재 업계 '핀셋투자'

삼성SDI, GM과 35억 달러 투자해 美 공장 설립…2027년 양산
포스코그룹, 양·음극재 속도 조절에도 필수 광물 확보 적극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컬트 켈티(Kurt Kelty) GM 배터리셀&팩 총괄 부사장(오른쪽)이 27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SDI-GM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삼성SDI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배터리·소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을 이겨내기 위해 핀셋 투자를 단행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배터리 밸류체인 중 양·음극재 투자 속도조절과 달리 필수 광물 확보엔 자금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006400)와 GM(제너럴모터스)은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총 35억 달러를 투자해 초기 연산 2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SDI는 미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미국 내 전동화 전환율은 10% 안팎으로 유럽(15%)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캐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분위기다.

글로벌 완성차가 국내 배터리사와 미국 내 생산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점도 삼성SDI 투자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최근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는 켄터키주 공장의 배터리 생산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스텔란티스와 삼성SDI 합작사도 미국 1공장의 가동 시기를 내년에서 올해 연말로 조정했다.

이들 기업의 행보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마냥 연기하기 어렵다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비야디(BYD)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약 184만 1000대를 판매해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7% 늘었다. BYD는 자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남미에서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포드·GM 등 미국 생산계획 확정 발표가 이어지고 있고, 현대차 역시 장기 판매 목표를 유지했다"며 "단기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장기적인 전기차 전환 트렌드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그룹은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의 출발점인 필수 광물 확보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 이차전지소재 밸류데이에서 양·음극재의 연산 목표 하향 조정 발표와 이달 1조 2000억 원의 전구체 투자 철회와 대조적인 행보다.

이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계 광업회사인 블랙록마이닝과 4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체결했다. 블랙록마이닝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헨게(Mahenge) 광산을 소유한 기업이다. 지난 7월엔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직접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찾아 리튬 사업 방안을 논의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양극재 필수 광물이다.

특히 흑연의 중국 의존도는 90% 이상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2027년부터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미국 내 사업을 위해 흑연의 탈(脫)중국은 필수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을 기회로 삼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리튬 염호와 광산 등 우량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의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