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시멘트업계, 현금 체력 비축…탄소중립 설비투자 더 늘린다

올해 설비투자금 전년比 7% 증가한 6076억…탄소중립에 집중
건설경기 악화는 우려 요인…중장기 투자비 확보 먹구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시멘트 업계가 상반기에 실적 확대로 친환경 투자에 필요한 재원 확대에 성공했다. 탄소 배출 주범이란 오명을 벗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매년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대한 필요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25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업계의 올해 설비 투자 예정 금액은 6076억 원으로 전년(5683억 원) 대비 6.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 업계의 설비 투자 금액은 해마다 증가했다. 최근 투자비를 보면 △2019년 2428억 원 △2020년 3429억 원 △2021년 4226억 원 △2022년 4469억 원이다. 이중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투자 비용을 포함한 '합리화 설비' 항목이 전체 설비 투자 중 85%를 차지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한해에만 수천억 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기업들은 개선된 실적으로 현금 체력을 비축했다. 쌍용C&E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777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300720)도 44.8% 증가한 1625억 원의 실적을 내놨다. 지난해 1월, 5월, 11월에 단행된 3차례의 전력 요금 인상을 원가 절감과 가격 인상으로 일부 상쇄했다.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에 필요한 설비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시멘트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지난 2021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5179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표시멘트(038500)도 친환경 경영을 위해 17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투자 예정 금액은 확정된 사항만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이라며 "저탄소 제품 연구개발과 설비 전환에 필요한 투자는 해마다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적 확대가 올해 상반기에 반짝 효과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방 산업인 건설 경기가 한풀 꺾이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14만 9860가구로 1년 전과 비교해 26.1% 줄었다.

시멘트 업계는 생산량을 줄이고 시황 부진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쌍용C&E의 생산량은 554만 6000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5% 줄었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의 생산량도 7.7% 감소한 550만 9000톤이다.

최근 정부가 공사비 안정화를 위해 시멘트 가격 하락을 유도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부담이다. 건설 업황 부진에 판가 인하까지 겹친다면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투자비 확보가 지연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착공 현장이 줄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실적은 전년 수준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