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100불도 깨졌다…"고객들 또 깎아달라겠네" 철강업계 울상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中 부동산 경기침체 영향…이달 톤당 97달러
원재료가 하락에 고객사 제품가 인하 요구 강해질 듯…철강사 실적 악재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철광석 시세가 톤당 100달러를 깨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철강업계의 실적 하락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고객사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을 이유로 판매가격 인하 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건설업 등 전방산업의 부진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번 주 철광석 톤당 시세는 96.74달러로 집계됐다. 100달러 이하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철광석 시세 하락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영향 때문이다. 대표적인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가 부진에 빠지자 철강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신규 착공은 면적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줄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투자도 10.1% 감소한 5조 2529억 위안이다.

브라질과 호주 등 주요 광산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생산을 줄이지 않은 점도 철광석 시세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철강 재고 물량은 증가 추세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철근 유통 재고는 546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이들 제품이 해소되지 않으면 원재료인 철광석 시세 반등은 쉽지 않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체들이 철광석 구매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8월은 계절적 비수기로 단기적으로 철광석 가격의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철광석의 시세 하락은 국내 철강 기업의 실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고객사들이 제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미 상반기에 조선업계와 후반 가격 협상 과정에서 인하로 합의하는 등 주도권을 내주기도 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주로 선박 제조나 교량 등에 쓰이는 제품이다.

실적 부진은 현실화하고 있다.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531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1907억 원) 대비 28.3%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004020)의 영업이익도 1537억 원으로 80.7% 감소했다.

중국 내에서 소비되지 않은 저가 물량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재 수입량은 1554만 9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10.2% 증가했다.

철강업계는 당분간 시황 회복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철강업종의 경기전망지수(BSI)는 79로 전 분기 대비 13p 하락했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분위기를 지표화한 수치다.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를 조절하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 가격을 협상 기준으로 제시하는 고객사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