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신 혜택' 日 실험 통했다…기업 절반, 우르르 "탈탄소 할래"

韓 배출권거래제 10년간 807곳 참여했는데…日 10개월만에 747개사 동참
탈탄소 목표도 자율에 맡겨…참여 기업엔 금융·세제 '파격 지원' 효과

한국무역협회 CI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일본 정부가 녹색전환(GX)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규제 중심이 아닌 세제·금융 인센티브 중심으로 운영한 결과 제도 시행 10개월여 만에 온실가스 배출기업의 50%가 자발적으로 저탄소 정책에 참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가 20일 발표한 '일본 배출권거래제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10월 'GX 추진법'을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기업의 절반인 747개사가 해당 정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의 배출권거래 참여율(73.5%·807개사)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지만, 국내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기업의 탈탄소 속도가 매우 빠르다. 세계 5위 탄소배출국으로 '녹색전환 지각생'으로 불렸던 일본이 순식간에 오명을 벗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성장 지향형 정책'을 꼽았다. 기업의 참여를 강제하고 규제 중심으로 이뤄진 주요국과 달리, 일본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하면서 참여 기업에는 파격적인 금융·세제 혜택을 보장해 참여 동기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항공·시멘트·전기 발전·가스·석유 등 9개 탄소 다배출 산업을 선정하고 저탄소 전환 활동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전환금융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환금융은 탄소집약적 산업이 저탄소 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는 신개념 기후금융으로, 환경친화적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금융을 공급하는 녹색금융과 다른 개념이다.

또 그린철강·그린화학 등은 내수 생산 촉진이 필요한 전략 분야로 선정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뿐 아니라 생산단계에도 각각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그린철강과 그린화학 분야의 경우 GX 추진법 참여 기업은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10년간 법인세의 최대 4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고, 배출량 목표를 달성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그 결과 일본이 주요국보다 효율적인 녹색전환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올해 3월 기준 배출거래권에 참여한 일본 기업 비율은 공수 산업은 100%, 철강 산업은 98%, 펄프·제지·제지제품 제조업은 95%, 석탄·석유제품 제조업은 91%에 달했다.

보고서는 "일본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것이 자사의 경쟁력 강화와 비즈니스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법적인 강제성이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현숙 무협 그린전환팀장은 "우리나라도 탄소배출 저감에 노력하는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과 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지향점을 규제에서 벗어나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일관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