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동생' 펀드에 1천만弗 넣은 LG전자…"AI·딥테크 진심"

조주완 CEO "해왔던 방식으로 지속가능 어려워"…AI 기반 사업 확장
'PC 경쟁자' 애플-IBM 신사업 유무로 미래 갈려…시총 20배 차

조주완 LG전자 CEO가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해외 인재채용 프로그램 'LG전자 북미 테크 콘퍼런스'를 주관하며 참석자들에게 회사 AI 전략과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2024.5.12/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LG전자(066570)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투자 펀드에 1000만 달러(약 138억 원)를 쏟아붓는다. 기존 사업에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멈추지 않고, AI에 기반한 사업 자체에도 뛰어들어 '퀀텀 점프'(비약적인 도약)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SBVA에서 신규 결성한 '알파 인텔리전스 펀드'(1억3000만 달러, 1800억 원 규모)에 주요출자자(LP)로 참여해 1000만 달러를 출자했다.

SBVA는 지난 2000년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의 VC(벤처캐피털)로 시작해 IT 등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으며,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 미슬토 회장이 공동창업한 투자회사 '디에지오브'에 인수됐다.

SBVA는 AI와 딥테크, 로보틱스 분야에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을 알파 인텔리전스 펀드에 담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딥테크는 기초과학 기반의 첨단 기술을 비즈니스 기회로 창출하는 신생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이미 LG전자는 AI에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성숙기에 접어든 생활가전·TV 시장에서 AI 기반의 '스마트 홈 설루션'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대외 투자를 통해 모빌리티, 비즈니스 공간 등 AI 기반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펀드 출자로 재무적인 이익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지 않는 영역의 AI 기반 스타트업과 사업을 연계할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라며 "LG전자와 다른 분야에서 특장점이 있는 업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저변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통해 2021년부터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육성·사업화를 지원하고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국의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800억 원)를 투자해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신사업 등) 3대 성장동력을 지금보다 강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시장 트렌드의 변곡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해왔던 방식, 속도로는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힘들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신사업 발굴 여부로 미래가 갈린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과 IBM이다. IBM은 컴퓨터 산업 부흥기를 이끌면서 1968~1994년 27년간 시가총액 1위를 지켰지만, 시장 포화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렸다.

반면 PC 시장에서 IBM에 밀려 이인자에 그쳤던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음악을 내려받는 프로그램인 '아이튠즈' 보급을 확대하고 성공을 거뒀다. 이후 아이폰까지 출시하면서 성공적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IBM(1785억 달러)의 20배 수준인 3조4400억 달러에 달한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