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현대차에 항공물류도 올라탄다 …에어인천 날개 단 현대글로비스

'아시아나 화물 인수' 에어인천에 1500억 투자…육해공 종합물류 본격화
현대차, 車제조 넘어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아시아나 화물 역량 더할 듯

현대글로비스 제공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운·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한국판 '머스크(Maersk)'로 발돋움한다. 향후 '통합 에어인천'이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모빌리티로 탈바꿈 중인 현대차그룹에서 맡을 역할에도 관심이 모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에어인천 대주주인 '소시어스 제5호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1500억 원을 출자했다.

500억 원을 통해 이 사모펀드의 지분 34.9%를 확보한 후 에어인천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화물사업부의 통합이 이뤄지는 시점에 잔여 1000억 원을 납입하는 구조다.

그간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사, 해운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올해 개최한 CEO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비 그룹사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투자에만 9조 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에어인천 투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항공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화주를 대리해 운송 전반을 책임지는 항공 포워딩 사업에 투자를 늘려왔다.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을 획득했고 인천국제공항 제2공항 물류단지에 글로벌물류센터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부품을 해외 공장으로 보내 현지에서 조립하는 기존 CKD(반조립제품) 유통도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자동차 부품은 전통의 항공화물 중 하나로, 최근 홍해 사태로 인해 운송이 지연되고 해운 운임이 급등하자 물량이 넘어오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기존에는 여러 항공사의 화물칸을 빌리는 방식으로 항공물류 사업을 진행했지만, 에어인천을 통해 안정적으로 항공편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은 에어인천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 아닌 만큼 거리를 두지만,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 소시어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이후 새 주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에어인천 우선매수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물류 업계에서는 해운사가 항공사업을 강화해 육·해·공 종합물류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이 흐름이다. 세계 2위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 세계 6위 대만 에버그린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그룹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예측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한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의 실물 모형을 올해 공개하는 등 미래항공모빌리티(AAM)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기체 제작의 현대차, AAM의 공항 역할을 할 버티포트를 담당하는 현대건설에 업력 30년 이상의 아시아나항공이 더해진 청사진도 가능한 셈이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