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선' 보낼 차세대발사체…얼굴 붉힌 한화에어로-항우연
지식재산권 공동소유 여부 갈등…"특수성 있다면 국가 단독소유" 규정 해석 논란
항우연 "특정기업 소유시 이전 어려워" vs 한화 "개발성과 공유 협력"…국가계약분쟁조정 절차 및 항공청 중재 시도
- 박기범 기자,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윤주영 기자 =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개발 후 '지식재산권'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로 대치하고 있다.
항우연은 국가사업 결과물을 향후 다른 기업들에 자유롭게 이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재권을 자신들이 단독으로 소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는 함께 개발하면 지재권도 공동 소유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국민들의 환호를 받은 뒤 달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까지 더해지며 기대를 모은 우주발사체 개발 사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9505억 투입…달 착륙선 발사에 활용
차세대발사체는 정부가 총 9505억 원을 투자해 누리호의 뒤를 잇는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입찰 과정을 거쳐 한화에어로가 항우연과 함께 차세대발사체 설계부터 발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5월 조달청과 계약까지 최종 완료했다. 이에 따라 항우연과 한화에어로는 발사체 개발부터 실제 발사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 진행하게 됐다.
항우연은 2030년부터 이 발사체로 3회의 발사를 계획 중이다. 앞으로 개발될 달 착륙선 최종 모델도 여기에 실어 쏘아 올린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개발된 우주발사체 기술을 민간 기업들에 이전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처럼 민간 우주발사체 산업을 키우게 된다.
◇ 지재권 계약 해석 엇갈리며 갈등
계약서상 조항을 두고 양측 해석이 달라 문제가 됐다. 나라장터에 올라온 3월 공고에는 지식재산권을 '공동소유'하는 것으로 조건이 표기됐다. 다만 계약목적물의 특수성이 있다면 의뢰 주체인 국가 등이 단독 소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항우연은 이번 사업이 구매요구 단계부터 물품제작 계약이었으며 연구개발혁신법 제16조와 관련 시행령 32조 등에 따라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지재권은 주관연구개발기관인 항우연 소유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에어로 측은 사업제안 요청서와 자료 내의 구매요약서를 기준으로 이번 사업을 공동 개발사업으로 판단했으며, 공동개발 사업의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이견은 계약 전부터 감지됐는데, 한화에어로는 우선협상대상자가 계약을 취소할 때 받는 불이익처분 등을 고려해 일단 계약을 맺은 후 법적 절차를 밟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 지재권 조항 핵심은 기술독점 논란
지재권 논란의 핵심은 기술독점 논란이다. 항우연은 지재권 공동소유는 한화가 민간 기업 가운데 해당 기술을 독점한다는 의미로, 국가예산 100% 사업임에도 한 기업만 결과물을 가져가는 건 특혜라는 주장하고 있다.
항우연은 "민간에서 한화에어로만 차세대발사체 기술 지재권을 가지면 민간 우주기업에 기술을 폭넓게 전파해야 하는 기관의 임무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가 차세대발사체 지재권을 함께 갖게 되면 정부가 이를 다른 민간기업에 이전할 때 한화에어로측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도 할 말이 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사업 참여에 인력, 기술, 인프라 등 막대한 투자를 했다. 아무 권리가 없다는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며 "지재권 공동소유시 연구 성과를 타 기업으로 전파하는 데에는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이 특정 기업의 기술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함으로써 민간 우주개발 산업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게 핵심이다.
◇갈등 조정 나선 우주항공청…아직 진전 없어
한화에어로는 조달청 계약 이후 법무법인을 통해 조달청에 계약 적절성 관련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분쟁을 심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소송 이야기가 나오지만 한화에어로는 부인했다. 법정 다툼이 시작되면 양측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항우연의 상급 기관인 우주항공청은 올해 7월 초부터 중재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8일에도 양측을 불러 삼자대면 방식의 조정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이번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는 원론적 결론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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