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中 맞설 유일한 카드"…석화업계 '스페셜티' 실적으로 증명

DL케미칼, 고부가 소재 'POE·PB' 앞세워 상반기 흑자전환
범용 플라스틱 대신 수익성 높은 스페셜티 투자 확대 줄이어

DL케미칼 여수 PB공장 전경(DL케미칼=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업계의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가 중국의 물량 공세와 경기침체란 악재를 이겨내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 시점 중국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범용 중심으로 사업을 펼친 기업들도 스페셜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DL케미칼,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117억

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117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매출도 16.5% 증가한 2조 5464억 원이다.

DL케미칼은 수년전부터 범용 사업의 한계성을 예측하고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스페셜티는 범용 제품과 달리 일부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소재다. 가격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어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 석유화학 최대 소비국 중국이 PP(폴리프로필렌)와 PE(폴리에틸렌) 등 범용 플라스틱 자급률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스페셜티인 POE(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는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이 태양광 시장 확대에 따라 증설을 추진하지만 높은 기술력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POE 자급률은 올해 1.9%, 오는 2028년 23.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DL케미칼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POE를 판매했다. 올해 전체 판매량은 연초 목표인 10만톤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PB(폴리부텐)도 상반기 호실적을 이끌었다. 폴리부텐은 엔진오일 첨가제 등으로 쓰이는 고부가 제품이다. DL케미칼은 세계 PB 점유율 1위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리부텐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싱가포르·중국·인도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PB는 가격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스페셜티 투자 늘리고 中과 차별화

다른 기업들도 스페셜티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달 'CEO 인베스트 데이'를 열고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범용 제품 비중을 2030년까지 30%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첨단소재 부문의 매출을 지난해 5조 원에서 2030년에 8조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011780)은 기능성합성고무(EPDM)를 증설하고 있다. EPDM은 오존·자외선·풍화·고온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소재로 자동차와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고 있다. 오는 4분기에 연산 7만톤을 증설해 총 31만톤을 확보한다.

롯데정밀화학(004000)은 상반기에 세계 1위 생산 규모를 보유한 TMAC(반도체 현상액 원료)의 추가 증설을 완료했다.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였다. 식물성 의약용 캡슐 소재인 식의약용 셀룰로스의 추가 증설도 내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중동에서 범용 제품의 추가 증설이 이뤄지면 수익성 확보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스페셜티 중심으로 빠르게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생존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