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배가 안오네"…KDDX 입찰 앞둔 한화오션 조선소 '무슨 일'

HMM 발주 컨테이너선 4척·방사청 발주 수상함, 연쇄 납기 지연…건조능력 '도마'
'8조' 차세대구축함 수주전 영향 주목…한화오션 "군함 지연, 책임 따져볼 문제"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상선과 함정의 납기를 무더기로 지연해 거액의 페널티를 물게 될 위기에 놓였다.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으로 일감이 쌓여 전반적으로 납기 일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는 있다고는 해도, 하반기 8조 원에 달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의 개막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042660)은 지난달 7일과 18일 수상함 1척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계약 종료일(납기일)이 각각 지연됐다고 공시했다. HMM이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지난달 30일이 납기였지만 11월 25일로 미뤄졌고, 방위사업청으로부터 2018년 12월 수주한 잠수함구조함은 5차례 납기일을 연기했다가 다시 아예 납기일을 '미정'으로 변경했다.

◇HMM 발주 컨테이너선 6척 중 4척 늦어…한화오션 "생산성 향상 노력 중"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2021년 6월 1만 3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했는데, HD현대중공업(계약금 8912억 원)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계약금 8881억 원)이 각각 6척씩 맡아 건조해 왔다. 그중 HD현대중공업은 5척, 한화오션은 2척만 납기(6월30일) 내 인도했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이달 중 남은 1척을 인도할 예정인데, 통상 배를 인도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를 감안해 약 1달 유예기간(Grace period)을 두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 인도'로 간주된다. 반면 한화오션은 나머지 4척을 다섯 달 뒤에야 인도할 예정이라 지체상금 배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납기 지연 자체가 이례적인 건 아니다. HD현대미포도 올해 상반기 계약금 3389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7척 납기를 3~5개월 늦춰 인도한 바 있다. 특히 조선업 '슈퍼 사이클' 진입에다 최근 홍해 사태 등으로 글로벌 선박 발주가 크게 늘면서 수년치 일감이 쌓인 국내 조선 3사 모두 납기를 맞추는 게 최대 현안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같은 발주처에서 경쟁사와 동일한 물량을 나눠받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한화오션은 선박 건조 능력에 있어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한화오션은 생산공정 정상화를 통해 변경된 납기까지 컨테이너선을 건조·인도하는 한편, 선주사인 HMM 측과 지체상금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도크당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진수 기간을 기존 6주에서 5주로 단축, 진수 공정률을 50%에서 60%로 높이는 등 납기 지연을 막기 위한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출범한 이후 생산 인력 확충과 기계화·자동화 확대 등으로 작업 효율 향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 개념설계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한화오션 제공)

◇'강화도함' 납기 1년7개월 넘게 무기 지연 중…KDDX 영향 주목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2018년 12월 발주한 잠수함구조함인 '강화도함'을 수주했다. 최초 납기일은 2022년 12월 15일이었지만, 6번이나 연기 공시를 거쳐 1년 7개월 넘게 늦어지고 있다. 납기 지연이 종료되지 않아 지체상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많게는 계약금(4435억 원)의 10%인 약 444억 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한화오션은 강화도함 납기 지연이 조선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시험평가 일정 부족', '완벽한 품질 및 안전 확보를 위한 잔여 시험 진행' 등을 사유로 들었다. 함정 건조는 방사청 또는 해군이 제공하는 관급 기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성능 평가 일정도 군과 조율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지체상금도 납기 지연의 책임 소재를 따져 면제 또는 규모를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앞서 2020년 12월에도 공시를 통해 방사청이 발주한 잠수함 3척의 납기를 연달아 연기한 바 있다. 한화오션과 함께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은 최근 5년간 울산급 Batch-II 7번함(천안함), 3000톤급 잠수함(신채호함) 등 모든 특수선 발주를 적기·조기 납품했다.

올해 하반기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1번함 건조를 맡을 조선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강화도함 납기 지연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KDDX는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을 들여 6000톤급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하게 된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