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다음은 'CXL'… AI 시대 'D램 고속도로' 선점 나선 삼성

삼성전자 CXL 솔루션 설명회…CPU·GPU·메모리 연결하는 기술
'빠른 처리 속도+고용량' AI 시대 각광…"하반기 시장 열릴 것"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장(상무)가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삼성전자 CXL 솔루션 설명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올해 하반기부터 CXL(Compute Express Link,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최장석 삼성전자(005930)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장(상무)은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삼성전자 CXL 솔루션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가 곧 개화할 CXL 시장 선점에 나선다.

CXL의 의미는 '빠르게 연결해서 연산한다'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반도체를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전에는 각각의 인터페이스가 존재해 장치 간 연결을 할 때마다 지연 문제가 발생했는데 CXL을 활용하면 이런 단점이 보완되는 것이다.

CXL은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싹을 틔우면서 AI 시대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 수요가 늘고 발달이 가속화하면서 덩달아 AI 학습·추론 데이터양도 폭증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빠른 처리 속도와 고용량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CXL 체계에서는 D램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처럼 별도로 장착해 사용할 수 있어 메모리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나 서버의 용량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서버를 증설해야 했다. CXL 기반 D램은 기존 서버의 SSD가 장착된 자리에 끼워 넣을 수 있어 편리하게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최 상무는 "각 장치는 빨리 동작해야 하기 때문에 CPU 주위에 있어야 하지만 SSD는 떨어져 있어도 된다"며 "이를 감안해 'SSD 자리에 D램을 꽂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돼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CXL 기반 D램 'CMM-D'(삼성전자 제공)

대표적인 CXL 기반 D램은 CMM-D다. 다양한 종류의 프로세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돕는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개발을 마친 CXL 2.0 D램도 주목받는다. 업계 최초로 '메모리 풀링' 기능을 지원해서다.

메모리 풀링은 서버 플랫폼에서 다수의 CXL 메모리를 묶어 풀(Pool)을 만들고, 각각의 호스트가 풀에서 메모리를 필요한 만큼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CXL 메모리의 전 용량을 유휴 영역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데이터 전송 병목현상이 줄어든다. 데이터센터에서도 효율적인 메모리 사용으로 서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총 '소유 비용'(TCO) 절감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대응이 다소 늦었지만, CXL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CMM-D, D램과 낸드를 함께 사용하는 CMM-H(Hybrid), 메모리 풀링 솔루션 CMM-B(Box) 등 다양한 CXL 기반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기업용 리눅스 1위 기업 레드햇이 인증한 CXL 인프라도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이에 따라 CXL 관련 제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서버 전 구성 요소를 삼성 메모리 리서치 센터에서 검증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CXL 컨소시엄을 결성한 15개 이사회 회원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이사회 멤버로 선정돼 CXL 기술의 고도화 및 표준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CXL 컨소시엄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알리바바그룹, AMD, 구글, MS, 인텔, HP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있다.

최 상무는 "하반기부터 CXL 2.0 기술을 탑재한 CPU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며 "이를 기점으로 CXL 시장은 2027~2028년쯤 하키스틱 모양처럼 급격하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