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공룡 합병' 오늘 분수령…관건은 합병 비율·방식
SK이노·SK E&S 이사회서 합병안 의결 예정…'자산 106조 에너지社' 눈앞
일반주주·사모펀드 설득은 난관…'수평적 합병'으로 리스크 최소화 거론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SK그룹의 대대적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 핵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운명이 17일 판가름 난다. 두 회사 이사회는 이날 합병 여부와 시점, 합병 비율 등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합병안이 확정되면 자산 규모 106조 원대 '공룡 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는 이날 각각 임시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의 합병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양사 최대 주주인 SK㈜(034730)도 이튿날(18일) 이사회를 열어 양사 합병안을 검토할 예정인 만큼, 합병 결정은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을, SK E&S는 도시가스판매업을 주축으로 태양광·수소·풍력 사업을 각각 영위 중이다. 양사 모두 에너지 기업으로 합병 시 자산 총액 106조 원, 매출 규모 90조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업계는 두 회사의 사업 연관성이 밀접한 만큼 시너지 효과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1위 주유소 사업자인 SK에너지의 인프라와 SK E&S의 전기차·충전 사업을 결합하는 식이다.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 사업에 SK어스온의 석유개발 역량을 보태는 방안도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한 '자금 수혈'도 합병 목적 중 하나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거듭한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올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SK온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4822억 원,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포함하더라도 3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SK E&S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1조1700억 원, 영업이익 1조3320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만 11.9%에 달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양사 합병 시 SK온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마련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합병이 올해 11월 성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고민은 '합병 비율'과 '합병 방식' 산정이다. SK E&S가 비상장사인 만큼 합병비율 산정 방식에 따라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특히 SK E&S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KKR이 보유한 RCPS는 3조1350억 원에 달하는데, 이번 합병 문제로 KKR이 투자금 중도 상환을 요구할 경우 도시가스 자회사를 넘겨줘야 할 수도 있어서다. SK E&S는 대부분의 매출을 도시가스업에서 일으키는 만큼, KKR을 설득하지 못하면 합병 실익 없이 SK E&S의 재무 구조만 악화하는 '악수'(惡手)로 돌아올 수 있다.
합병 방식은 '수평적 합병'이 유력 거론된다. SK E&S를 조직도상 SK이노베이션 아래에 두는 수직적 합병이 아닌,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로 양사가 기존 조직과 사업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주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SK E&S로부터 현금을 쉽게 끌어올 수 있어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이사회에서 SK온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 간 '3사 합병안'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16일) 3사 합병설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3사 합병안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과 별도로 SK온의 자금 수혈을 위한 '추가 방안' 차원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48조9630억 원, 영업이익 5746억 원을 올렸고, SK엔텀도 지난해 매출 2576억 원을 낸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SK온이 지난해 5818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부채가 급증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가 동시에 실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인 23조 396억 원에서 2023년 말 50조 7592억 원으로 급증한 만큼, 단일 해법으론 리스크를 털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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