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 넣더니 티켓값 올린다고?…'발등의 불' 항공 탈탄소[SAF시대①]

내년부터 EU 공항 지속가능항공유 2% 혼유 의무화…유럽 항공사, 항공권값 인상
산업재편 중인 한국, SAF 대응 늦어…대한항공 내년 최대 229억 추가비용

편집자주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은 항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유럽연합이 역내 공항에서 탄소배출을 대폭 줄인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일정 비율 섞어쓰도록 의무화하고, 이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기로 했다. 미국 등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SAF 시대를 맞이하는 해외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항공업계 및 정부 대응을 4차례로 나눠 점검해본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유럽의 대표 메가캐리어인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이 내년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 및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에 최대 72유로(약 10만 7000원)의 요금을 추가로 부과한다.

EU가 항공산업의 탈탄소 규제 차원에서 내년부터 EU 27개국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를 연료의 2% 이상 사용할 것을 의무화한 결과다. 이 비율은 2030년에 6%가 되고 2050년에는 70%가 된다. 위반 시엔 1톤당 제트유값의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앞서 2022년 프랑스가 SAF 혼유 비율을 1%로 의무화하자, 프랑스·네덜란드의 메가캐리어 에어프랑스-KLM 그룹이 최대 12유로(약 1만 8000원)의 요금을 추가한 바 있다. 이처럼 다수의 항공사를 거느린 초대형 항공그룹이 요금 인상을 결정하며 항공사의 환경 부담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등의 원료로 만든 친환경 대체연료로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제한적인 생산량으로 인해 기존 연료에 비해 4배 이상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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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와 SAF 공급계약을 맺은 항공사는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다. 양사는 SAF 혼유를 의무화하며 공항설비가 갖춰진 파리발 인천행 노선에서 SAF를 사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유팀, 아시아나항공은 ESG경영팀에서 SAF를 담당한다. 아직 국내 SAF 산업이 초기단계인 만큼 해외 항공사처럼 이를 전담하는 형태는 아니다.

미국 메가캐리어 델타항공의 경우 2021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최고 지속가능경영 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CSO)를 신설해 미네소타 SAF 허브 설립 등 큰틀에서 SAF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다.

2010년대 전후로 이합집산을 통해 초대형 항공그룹을 만든 후 다음 의제인 친환경으로 눈을 돌린 해외와 달리 막 항공산업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한국은 한발짝 늦은 셈이다.

SAF 생태계의 큰축은 수요자인 항공사, 공급자인 정유사 그리고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공항공사 등 정부다. 대체로 정부가 신기술인 SAF에 대한 안전 검증을 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면, 이를 바탕으로 정유사가 공급하고 항공사가 쓰는 구조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 같은 체제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당장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항공권 가격 인상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항공사들은 EU 권역 내 항공편이 다수지만 국내 항공사는 인천을 오가는 일부 항공편만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제출한 2023년 보고서(2022년 기준)에 따르면 SAF의 가격은 파운드당 2.6달러(약 3500원)로 기존 연료의 2~3배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유럽에서 운항하는 모든 항공편에 SAF 2% 사용을 의무화하면 최소 114억 원에서 최대 229억 원의 비용이 든다고 예상했다.

다만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요금 인상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가령 물류업계에서 SAF를 쓰면 밸류체인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Scope)3를 줄이고 관련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대한항공이 운영 중인 고객 참여형 SAF 프로그램에 LX판토스 등 물류기업이 참여한 이유다.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 만들어진 SAF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도 넘어야 할 산이다. SAF는 일반 항공유와 화학 성분이 같아 혼합해서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드롭인' 솔루션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정유업계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SAF를 최대 50%까지 혼합해 사용할 수 있다"며 "지금의 항공 엔진은 (SAF를 100% 쓰면) 누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에어버스·보잉 등 제작사에서 100% 사용을 위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고 향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