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진척 점검하고 美 출장 동분서주…경영 보폭 넓히는 이재용

지난달 삼성전기 찾아 신사업 점검 및 직원 소통…'기술·인재 경영'
'위기론' 속 美 장기 출장서 반도체 돌파구 찾기…내부 결속 강화 해석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치고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한재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국내외 현장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글로벌 영업을 위한 장기 미국 출장을 다녀온 데 이어 국내 계열사 사업장 곳곳을 잇달아 찾고 있다.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고 주력인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광폭 행보로 풀이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21일 삼성전기 수원 사업장을 찾아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임원진으로부터 신사업 개발 현황을 보고 받았다. 이 회장의 삼성전기 방문은 지난해 3월 중국 톈진 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약 1년 3개월 만이다.

삼성전기는 미래 산업 구조로의 전환과 인공지능(AI) 시대 대비를 위해 △전장(Mobility industry) △로봇(Robot) △AI·서버(AI·Server)△에너지(Energy)의 앞 글자를 딴 'Mi–RAE'(미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와 연계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분야는 △실리콘 캐패시터 △글라스 기판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소형 전고체 전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셀 등이다.

이 회장은 임원진 업무보고에 앞서 신사업 및 차세대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 10여 명과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렌즈 담당 직원에게 "사람의 눈은 몇 화소인지 아느냐"고 묻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진행했다.

미래형 그린에너지 기술로 꼽히는 SOEC 셀 등 차세대 기술 개발 현황에 관해 물은 뒤 "꼭 성공하세요"라며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연구개발(R&D) 센터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톈진 공장은 부산사업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IT·전장용 MLCC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이다. (삼성전자 제공) 2023.3.26/뉴스1

이 회장의 경영 행보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앞서 그는 지난 5월 31일부터 2주간 미국을 횡단하는 장기 출장에 나섰다.

메타, 아마존, 퀄컴 등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은 물론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 반도체 기업과도 만나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화한 일정은 30여 개에 이른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며 "파운드리, 시스템LSI, 어드밴스드패키징(AVP)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턴키'(일괄수주) 역량을 발휘해 AI 시대에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회장의 최근 광폭 행보는 흔들리는 '초격차' 전략을 다잡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초격차의 핵심은 곧 '기술 및 인재 경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라며 "삼성전기 방문에서 신사업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담당 직원들을 격려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2024 삼성 명장' 15명과의 간담회에서 "기술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고 미래는 기술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 있다"고 한 바 있다.

사실상 '추격자'로 밀린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취지로도 해석된다. 오너가 발로 뛰며 직접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AI 핵심 메모리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도권을 경쟁사에 뺏긴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업계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다.

창사 첫 총파업 전운이 드리우자 비상 경영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취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전날(1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