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가격·안정성' 다 잡았다…'中 장악' LFP 뚫어낸 LG엔솔(종합)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프랑스 완성차업체 르노로부터 수조원대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주를 따냈다. 국내 배터리사가 차량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첫 사례다.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LFP 시장에서도 K-배터리가 월등한 성능과 낮은 가격으로 '초격차 경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 공시했다. 공급 기간은 2025년 11월 1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 총 5년이며 공급 규모는 약 39기가와트시(GWh)이다. 이는 순수 전기차 약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 배터리사 중 차량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낸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수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는 전년 매출의 5% 이상 계약은 공시해야 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33조 7455억 원이었다.

주목할 점은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을 제치고 LFP 배터리 계약을 따냈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이 NCM·NCA 등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저가의 LFP 배터리로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 CATL은 올해부터 비(非)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꿰찼고, LFP가 주력인 ESS 시장은 중국 5개사가 점유율 78%를 장악 중이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업계 최초로 '셀투팩'(Cell To Pack·CTP) 공정 기술을 LFP 배터리에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셀투팩 기술은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을 조립하기 때문에 더 많은 셀을 탑재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다. 파우치 CTP는 각형 CTP보다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5% 수준으로 월등하다. 검증된 열 전이 방지기술로 안전성을 강화하고, 모듈을 제거한 공정 단순화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LFP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였던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까지 보강해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번 LFP 수주는 LG에너지솔루션이 압도적인 제품 경쟁력과 글로벌 생산능력,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신호탄으로 '중저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기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 합작사인 HLI그린파워에서 만든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장착된다. 이는 보조금을 반영한 실구매가가 3000만 원대인 보급형 전기차에 LFP가 아닌 NCM 배터리가 탑재되는 첫 사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르노는 유럽 시장에서 특히 경쟁력이 높은데 유럽은 연평균 주행거리가 약 1만 2000㎞로 북미(2만3000㎞)의 절반 수준이며, 소형차 및 준중형차 판매 비중도 40%에 달해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중저가의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르노-LG에너지솔루션의 LFP 공급 계약이 향후 중저가 시장에서 중요한 이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치열한 격전지인 유럽 공략을 필두로 글로벌 LFP 배터리 수주를 본격화하고, 검증된 현지 공급능력, 독보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고객가치를 지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