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 아니면 다 팔아"…SK, 배터리發 유동성 위기 지운다
부진한 배터리 사업 탓 유동성 빨간불…전기차 캐즘에 고금리 겹쳐
베트남 기업 투자지분 및 中 물류기업·크래프톤 지분 매각해 현금 확보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고강도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SK(034730)그룹이 실탄을 채우고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정체성과 무관한 비주력 투자 자산뿐 아니라 계열사 지분 일부를 정리하는 초강수를 사업 재편 시나리오에 담았다. 배터리 사업에서 촉발된 유동성 불안감이 그룹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베트남 마산·빈 그룹에 투자했던 지분을 매각하고 1조 원 이상의 현금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SK그룹은 베트남 재계 2위 기업인 마산그룹에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했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과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한 금액은 4억 5000만 달러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 빈그룹 지분 6.1%를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연내 매각 협상을 마치고 내년 초까지 투자금 전액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 자산 처분은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 재편과 맞물린다.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초고강도 조직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비주력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계열사 간 합병 등 다양한 카드를 검토 중이다.
일단 고금리 기조 속 현금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사업이 수천억 원 적자에 시달리면서 그룹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76%로 지난해 말 대비 7%p 늘었다. 수조원의 추가 투자가 예고된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까지 겹치자 정상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비주력 사업을 우선 매각하고 있다. SK㈜는 중국 물류센터 기업(ESR Cayman Limited)의 지분 3.33%를 매각 예정 자산으로 분류했다. 해당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47억 원이다. 롯데렌탈(089860)과 체결한 쏘카(403550) 지분(17.9%)의 매각 대금 2차분도 받아야 한다. 최저 660억 원에서 최대 801억 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SK㈜가 지분 31%를 보유한 중간 지주사 SK스퀘어(402340)도 지난 4월 크래프톤(259960)의 보통주 108만 5600주를 2643억 원에 매각했다. 매각 차익은 약 700억 원 수준이다.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대 주주인 SK이노베이션 지분은 61.2%다. 경영권을 제외하고 10% 안팎의 지분을 매각해도 경영권 확보엔 무리가 없다.
문제는 전기차 산업 부진으로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주가 역시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7월 52주 최고가 12만 원을 찍고 4만 원대까지 내려와 1년 만에 몸값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SK그룹은 오는 28~29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 인수합병 등 구체적인 재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수십 가지의 시나리오를 두고 최적의 방안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 "재무 여건이 우수한 자회사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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