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맨' 장인화 회장, 예상 깬 전기차 사랑…배터리소재 투자 힘준다
우량자산 저가 매수해 미래 대비…해외 광물 투자 추진
전구체·양극재 증설 추진 "그룹 차원에서 투자 축소 없어"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필수 광물에서 양극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시기에 우량 자산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당초 철강맨 이미지가 강한 장 회장 취임 전후에 제기된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을 잠재운 행보다.
19일 포스코홀딩스(005490)에 따르면 정기섭 사장은 이달 아르헨티나·칠레를 찾아 정부 관계자와 리튬 사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리튬 염호를 인수하고 연산 5만 톤 규모의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정 사장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대상에 포스코그룹이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어 리튬 세계 매장량 1위 칠레 정부와도 만났다. 칠레 측은 입찰 진행 중인 마리쿤가(Maricunga) 염호와 알토안디노스(Altoandinos) 염호에 대한 포스코그룹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포스코그룹은 본업인 철강과 더해 미래 신사업으로 배터리 소재를 낙점하고 키우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성장 둔화 현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기차 수요가 정체하면서 투자 속도 조절 필요성이 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포스코홀딩스 실적도 부진했다. 올해 1분기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영업이익은 60억 원이다. 재고평가환입 660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내놨다.
업계 안팎에선 지난 3월 취임한 철강부문장 출신 장인화 회장이 배터리 소재와 관련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그룹을 지탱하는 철강 사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엔저 현상으로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회장은 취임 이후 이차전지소재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량 자산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 전기차 호황 시기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지난달 세종시 포스코퓨처엠(003670) 공장을 찾아 "전기차는 꼭 가야 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며 "이차전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은 광물뿐 아니라 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확대 방안을 속속 내놨다. 이달 포스코홀딩스는 경북 포항 영일만4산업단지에 니켈 정제·전구체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전구체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CNGR(중웨이)과 합작 법인을 세우고 약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추가 증설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 4월 일본 완성차 업계 혼다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양극재 합작사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혼다는 오는 2030년까지 연간 200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가 교체되면 전임자 시절 추진했던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며 "투자 속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미래 전망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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