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조선, 내가 한 수 위"…그리스서 격돌한 김동관·정기선

'포시도니아' 참가 차 그리스行…VLAC 등 신기술 선봬
'K-조선' 재계 맞수…鄭 "바다 대전환 주도" 메시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K-조선' 패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여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그리스에서 맞붙었다.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267250)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반 추진 암모니아 운반선'(VLAC),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원유 운반선'(VLCC) 등 미래형 선박과 친환경 탄소 저감 기술을 선보이며 '기술 경쟁'을 벌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은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 2024'에 나란히 참석했다. 두 부회장은 개막 전날 현지에 도착해 행사장 부스를 둘러보고 글로벌 선급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포시도니아는 세계 최대 규모 조선·해양 박람회로 올해는 77개국 2000여 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010140), HD현대 조선 4개 계열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등 국내 조선 3사도 친환경 선박 기술을 뽐냈다.

특히 조선 3사 모두 VLAC 신기술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또 다른 친환경 연료인 수소의 저장·운송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미래 선박 시장의 주(主) 연료로 주목받는다.

한화오션은 9만3000㎥급 암모니아 연료 추진 VLAC를 선보였다. 이 선박에는 추진축에 모터를 연결해 발전함으로써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축발전기 모터 시스템(SGM),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플랫폼 'HS4' 등 한화오션의 친환경 기술이 집약됐다.

한화오션 박람회 기간 한국선급(KR)과 '암모니아 개질기 및 연료전지 시스템의 선박 적용을 위한 기술협력 및 인증' 업무협약(MOU)을 맺는 성과도 거뒀다. 암모니아 개질기와 연료전지 시스템을 선박에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미국 암모니아 기술 기업 아모지도 MOU에 참여했다.

한화오션이 개발하고 기본 승인을 획득한 대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2024.6.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HD현대도 올해 포시도니아를 계기로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영국 로이드선급(LR)과 미국선급의 기본 인증(AIP)을 연달아 획득했다. 이 암모니아 추진선에는 아모지와 공동 개발한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반 무탄소 전기추진시스템 및 발전용 엔진 대체 기술이 적용됐다.

HD현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선박 내 사각지대를 없앤 '미래형 선박' 청사진도 제시했다. HD현대는 박람회 기간 미국선급협회(ABS), 라이베리아기국(LISCR)과 'AI 기술을 활용해 선박 사각지대를 해소한 새로운 선박 구조 개발'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이 선박에는 카메라로 선박 내 사각지대를 촬영, AI 기술을 통해 재구성한 뒤 시각화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규정상 시야 확보를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이 불필요해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고, 조종실 높이와 관계없이 화물을 선적할 수 있어 적재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HD현대는 기대한다.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이 직접 그리스를 찾아 선박 사업을 챙긴 점도 재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한 살 터울인 이들은 과거 서로 경조사를 챙길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지만,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조선업에 진출하면서 '재계 맞수'가 됐다.

조선 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도 큰 관심사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출범을 직접 이끈 인물이다. 정 부회장도 조선업에 주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 경영 전면에 나선 터라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며 "힘을 주고 있는 조선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현지에서 크리스토퍼 위어니키 ABS 회장, 마칼리스 판타조풀로스 LISCR 그리스 지사장 등 주요 선급 대표들을 만나 최신 선박 기술을 논의하고 MOU를 직접 챙기는 등 분주히 뛰었다고 한다.

특히 정 부회장은 "친환경·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한 미래형 선박 개발을 통해 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바다의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며 차세대 조선·해양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정기선 HD 현대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3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 2024'에서 미국선급협회(ABS), 라이베리아기국(LISCR)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HD현대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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