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설비에 3천억 투자한 한일현대시멘트…'탄소저감' 순항[르포]

영월공장 순환자원 재활용 설비에 2천억…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투입
1천억 들인 에코 발전설비도 시험가동…공정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전기 생산

한일현대시멘트 강원 영월 공장 전경(한일현대시멘트 제공)

(영월=뉴스1) 김종윤 기자 = 지난 17일 한일현대시멘트(006390) 강원 영월 공장. 현장 한가운데 들어서자 철제 구조물과 계단으로 복잡하게 얽힌 높이 100m의 예열탑 2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밑으로 길이 75m·지름 5m의 대형 붉은 원통형 설비(소성로) 2개가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시멘트 공정 중 핵심인 미분말 원료를 열로 가열하는 소성 작업이 쉴 새 없이 진행 중이었다.

특히 예열탑 2기 중 왼쪽 시설은 개보수를 마친 신식이었다. 1980억 원을 투자해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과 같은 순환자원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연소 보조 설비였다. 현장 관계자는 "순환자원 연료는 유연탄보다 더 많은 연소 시간이 필요하다"며 "완전 연소에 다다르면 탄소 배출은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 투입해 탄소 저감

시멘트 산업은 성장보단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산 400만톤의 한일현대시멘트 영월 공장은 1992년에 들어섰지만 국내에서 가장 최신식 시설이다. 그만큼 신규 사업자 진출이 없는 분야다. 기존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보단 세계적인 추세인 탄소 감축과 원가 절감에 힘을 싣고 있다.

한일현대시멘트도 2022년부터 영월 공장 순환자원 재활용 설비와 에코(ECO) 발전 설비에 각각 1980억 원, 105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중 순환자원 재활용 설비는 지난 1월 완공됐다. 순환자원 재활용이란 기존 연료인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유연탄 사용을 최소화해 탄소 저감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시멘트 제조 공정은 크게 채광→원료생산→소성→출하의 4단계로 이뤄진다. 현대한일시멘트는 소성 과정에 쓰이는 연료를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과 같은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때 순환자원이 충분히 연소할 수 있도록 돕는 '파이로 로터'를 설치해 연소 시간을 늘리고 산소를 더 공급한다. 이를 통해 연간 유연탄 사용량 6만5000톤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 15만9000톤을 줄이게 된다.

폐플라스틱은 사회적 문제로 꾸준히 지적됐다. 유럽 플라스틱·고무 생산자 협회인 유로맵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은 세계 2위인 67.4㎏다.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재활용하면 탄소 저감뿐 아니라 매립장·소각장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한일현대시멘트는 공장 부지 한쪽에 순환자원 최대 4000톤을 보관할 수 있는 저장소까지 마련했다. 이날 대형 트럭이 여러 차례 순환자원을 외부에서 실어 날랐다. 실제 공정으로 이어지는 투입로는 지하에 설치됐다. 혹시 모를 냄새와 먼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일현대시멘트 관계자는 "나머지 1기의 예열탑 개조를 완료하면 순환자원 사용률은 기존 36%에서 66%로 늘어나게 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인 유럽 시멘트 공장 평균인 52%보다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한일현대시멘트 공장 내 예열탑

◇ 1050억 투자한 에코 발전 설비와 ESS로 '친환경+경제성' 확보

공장 한쪽에선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원을 재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에코(ECO) 발전 설비가 시험 가동 중이었다. 총 1050억 원을 투자하는 에코 발전 설비는 소성 공정에서 배출된 고온의 배기가스로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오는 6월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연간 발전량은 약 14만㎿h다. 영월 공장 연간 사용량의 약 30%에 달한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연간 6만4000톤으로 추정된다. 다른 발전 설비와 비교해 대기오염물질 발생이 없는 데다 높은 경제성이 장점이다.

에너지 이용 효율을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도 원가 절감 효과를 내고 있었다. ESS란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잉여전력 일부를 저장하고 전력수요가 많거나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영월 공장의 ESS 설비는 7㎿h급이다. 연간 3억 원의 전력비를 절감할 수 있는 시설이다.

박진규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공장장은 "시멘트 업계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탄소중립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앞으로 흔들림 없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