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가격 최대 10% 상승"…삼성·SK하이닉스 실적 '청신호'(종합)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 전망…HBM 가격, DDR5의 5배"
삼성·SK, 5세대 'HBM3E'서 격돌…D램·낸드 가격도 상향 조정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내년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가격이 5~10% 상승하고 HBM이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D램과 낸드 플래시의 가격 전망치도 애초 예상보다 높아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7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D램의 생산량을 가늠하는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상승하고 2025년에는 10%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렌드포스는 시장 가치(매출) 측면에서는 올해부터 HBM이 전체 D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를, 내년에는 30%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판매 단가 역시 2025년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HBM의 판매 단가는 기존 D램의 몇 배, DDR(더블데이터레이트)5의 5배 수준"이라며 "이러한 가격 책정은 단일 디바이스 HBM 용량을 증가시키는 AI 칩 기술의 제품 반복과 결합해 D램 시장의 용량과 시장 가치 모두 HBM의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HBM 수요 증가율은 200%에 육박하고 내년에는 2배 증가가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 HBM 가격 책정을 위한 협상이 이미 올해 2분기에 시작됐다"며 "D램의 전체 용량 제한으로 인해 공급업체들은 용량 제약을 관리하기 위해 사전에 5~10% 가격을 인상해 HBM2E, HBM3, HBM3E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는 HBM 구매자가 AI 수요 전망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수용할 의향이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또 현재 HBM3E의 실리콘관통전극(TSV)의 수율이 40~60%에 불과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이유다.

주요 공급업체 모두 HBM3E에 대한 고객 자격을 통과한 것은 아니어서 구매자는 안정적이고 품질이 좋은 공급품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게 트렌드포스 측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향후 Gb(기가비트) 당 가격은 D램 공급업체의 신뢰성과 공급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ASP(평균판매가격)의 차이를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 개발 타임라인 및 HBM 사양 비교. (트렌드포스 제공)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인 'HBM3E'가 주요 전장이 될 전망이다. HBM3E은 미국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에 선보일 B100, GB200 그리고 AMD의 MI350, MI375 등의 AI 칩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1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당사의 HBM 공급 규모는 비트 기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려가고 있고 고객사와 이미 공급 협의가 완료됐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이상 계획하고 있으며 해당 물량에 대해 고객사와 원활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3E 8H(8단) 제품의 초기 양산을 개시했고 이는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날 것으로 보인다. 또 12단 제품도 올해 2분기 양산에 돌입한다. SK하이닉스도 '올 3분기 개발·내년 공급' 예정이었던 자사 HBM3E(12단)의 로드맵을 앞당겨 올해 3분기 양산하기로 수정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BM 생산 측면에선 저희 제품은 올해도 이미 솔드아웃이지만 내년에도 대부분 솔드아웃이 됐다"며 "당사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H 제품 샘플을 이달부터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을 앞두고 주요 AI 솔루션 업체의 HBM 사양 요구사항이 HBM3E로 크게 변화하고 12단 제품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칩당 HBM 용량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년 2분기 D램과 낸드 플래시 제품 가격 전망치. (트렌드포스)

HBM 외에 전체 D램과 낸드 플래시의 가격 인상도 호재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 고정 가격이 13~18%, 낸드 고정 가격은 15~2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에 D램과 낸드의 가격이 각각 3~8%, 13~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것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다.

트렌드포스 측은 "지난 4월 3일 대만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업체들이 D램 및 낸드의 고정 가격을 크게 인상하는 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상향 조정은) 재고를 관리하려는 구매자들의 욕구와 AI 시장에서의 수급 전망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이 HBM 캐파(생산 능력)에 대한 잠재적인 '크라우드 아웃(밀어내기)' 효과를 경계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1a 공정 노드를 활용하는 삼성 HBM3E 제품이 올해 말까지 캐파의 60%를 사용할 것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3분기에 HBM3E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DDR5 공급업체를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구매자들은 3분기부터 예상되는 HBM 부족에 대비하고자 2분기에 전략적으로 재고를 늘리고 있다"며 "QLC(쿼드 레벨 셀)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늘면서 일부 공급업체의 빠른 재고 고갈을 초래하고 판매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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