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밸리' 지나는 K-배터리…숨 고르며 하반기 '턴어라운드' 겨냥

전기차 캐즘에 악전고투…LG엔솔 영업익 75% 줄고 SK온 '적자 지속'
質 올리며 다각화로 출구 모색…하반기 고객사 신차출시 등 개선 전망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수요 둔화(Chasm·캐즘) 여파로 올 1분기 악전고투했다.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5% 급감했고, SK온은 적자를 이어갔다.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채택하는 삼성SDI도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줄며 고전했다.

◇LG엔솔 영업익 75% 급감…SK온은 적자, 삼성SDI도 '고전'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조 1287억 원, 영업이익 1573억 원을 잠정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9%, 75.2% 감소했다. 그나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1889억 원을 받아 적자를 면했다.

SK온은 매출액 1조 6836억 원, 영업손실 331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액은 3.8% 개선됐지만 매출액은 49.1% 줄었다. AMPC 수익은 385억 원으로 전 분기(2401억 원)보다 2016억 원 급감했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떨어져 나온 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006400)는 매출액 5조1309억 원, 영업이익 2674억 원을 잠정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28.8% 감소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출하량 감소는 피할 수 없었지만,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다. 올 1분기부터 AMPC 수익 467억 원이 반영된 점도 한몫했다.

배터리 업계의 실적 악화는 지난해 말 본격화한 전기차 수요 부진과 메탈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역래깅)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삼성SDI)와 고객사의 재고 조정으로 공장 가동률이 줄어든 점(SK온)도 영향을 미쳤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를 찾은 관람객들이 국내외 기업의 배터리 제품 등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투자 줄이고 사업다각화…삼성SDI는 "투자 늘린다" 차별화

전기차 캐즘 현상이 길어지면서 배터리 업계는 올해 계획했던 설비투자(CAPEX·캐펙스) 규모를 줄이고 차량용 외 다른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숨 고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10조 원 이상으로 계획했던 투자를 당초보다 줄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BaaS·서비스형 배터리) 등 사업다각화를 꾀한다는 로드맵을 짰다.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 난징 공장에서 LFP 롱셀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고, 2026년엔 미국 애리조나에 1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SDI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더 늘리는 차별화 전략을 채택했다.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수해 온 덕에 불필요한 투자 계획이 적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볼륨·엔트리급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중저가형 제품(NMX·LFP) 개발도 병행하기로 했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 미국 합작공장(JV) 신규 공장 건설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46파이(지름 46㎜), 전고체, LFP 등 신제품 관련 투자도 적극 계획하고 있다"며 "전년 대비 투자 규모가 상당 수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한 SK on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배터리셀 등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데스밸리' 지나는 K배터리…하반기 호재 타고 '턴어라운드' 할까

K-배터리는 '데스밸리'(죽음의 구간)를 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OEM)들의 신차 출시가 다수 예고됐고, 수율 안정화에 따른 질적 성장이 가시화하면서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턴 어라운드'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인 미국 테네시주의 얼티엄셀즈 2공장을 1분기 가동했고 생산능력은 50GWh(기가와트시)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GM의 3세대 배터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규 전기차에 탑재된다. 미국 내 두 번째 단독공장이자 첫 원통형·ESS 전용 공장인 애리조나 공장도 이달 초 착공했다.

SK온은 1분기를 기점으로 전(全) 공장의 수율이 90% 초중반을 기록하는 등 생산성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올 하반기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포드 E-트랜짓 커스텀, 아우디 Q6 e트론 등 고객사 신차 라인업이 예정돼 있어 AMPC 수익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SK온은 하반기 흑자 전환 목표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SDI도 2분기 들어 프리미엄 차량에 탑재되는 6세대 각형 배터리 'P6'의 미국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AMPC 수익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재료 부문도 편광필름의 3분기 TV 시장 성수기 도래로 판매가 확대되고, 반도체 소재는 메모리 반도체 시황 개선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업계 전체가 고전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명확하다"며 "핵심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고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는 등 시황이 호전되고 있어 2분기나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