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발상지 찾은 이재용…獨 자이스와 '차세대 반도체' 협력
'슈퍼을' ASML 핵심 파트너 독일 '자이스' 본사 방문
EUV·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협업…'시스템 반도체' 비전 가속화
- 강태우 기자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유럽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사업 강화를 위해 광폭 행보를 펼쳤다. 이 회장이 선언했던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달성도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CEO(최고경영자) 등 경영진과 함께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광학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 '슈퍼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에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자이스는 현존 최상위급 노광 기술인 ASML의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NA) EUV 노광장비' 구현에 필수적인 광학 기술(EUV 반사거울)을 세계 유일하게 보유한 전략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선친 따라 獨 찾은 이재용…'시스템반도체' 비전 가속
이 회장은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및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이스와 함께 EUV 기술 및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시장을 주도하고, 연내에 EUV 공정을 적용해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이스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성능 개선 △생산 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을 달성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자이스는 2026년까지 480억 원을 투자해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한다. 자이스가 한국 R&D 거점을 마련함에 따라 양사의 전략적 협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 회장이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동남아 출장 이후 독일을 찾은 것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 선두 지위를 확고히 함과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기술 초격차'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반도체 신화'를 일궈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과 독일에서 신경영을 선언했던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뜻을 잇겠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 투자하기로 했던 시스템 반도체 투자금도 133조 원에서 171조 원으로 늘렸다.
이 회장이 차세대 초미세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핵심 기술의 심장부를 찾았다는 점에서 "세밀함과 전략이 돋보이는 행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독일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비즈니스 미팅 및 유럽 시장 점검, 주재원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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