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줄이고 범용 사업 정리…'벼랑 끝' 석유화학업계 '생존 고삐'

사업장 인력 전환 배치·희망퇴직 효율화 작업 착수
수익성 낮은 범용 사업 가동 중단 또는 매각 검토

LG화학 여수 공장(LG화학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업계가 인력 전환 배치와 희망퇴직 등 구조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분간 시황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해 인건비 감축이란 특단의 조처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의 증설 공습에 고사 위기에 몰린 범용 사업 비중을 줄이기 위한 매각 카드도 꺼내 들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은 울산 공장의 일부 직원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 공장은 범용 플라스틱 소재인 PET(페트)를 생산한다. 중국의 공세에 밀려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공장 가동을 줄이고 일부 직원을 전환 배치하는 운영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051910) 첨단소재사업부도 이달 생산기술직 근속 5년 이상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수익성이 떨어진 필름 사업의 매각 이후 인력 조정을 위한 조치다. 당시 희망퇴직과 인력 전환을 단행했지만 추가 조정이 필요했다.

석화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범용 제품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와 달리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석유화학 최대 소비국이자 우리 수출의 40% 안팎을 차지한 중국이 더 이상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석유화학 수출액이 전년 대비 15% 감소할 정도로 타격은 컸다.

결국 수익성 낮은 범용 사업의 정리가 본격화됐다. LG화학은 지난달 여수 SM(스티렌모노머)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SM은 가전에 쓰이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의 원료다.

NCC(나프타 분해시설) 공장 매각도 추진 중이다. NC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활용해 에틸렌을 포함한 각종 기초 유분을 만드는 생산시설이다.

이달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는 195달러다.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은 300달러 이상이다. 현재 시점에선 NCC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지분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법인 LC 타이탄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다. LC 타이탄은 에틸렌 연산 81만톤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이란-이스라엘의 충돌에 따른 중동발 리스크까지 추가됐다. 석유화학 원가를 좌우하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9일 국제유가는 88달러다. 이미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나프타 시세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7.3% 올랐다.

정부도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기 위해 고심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석화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해 위기 극복·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 관세 면제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당국과 협의할 것"이라며 "석유화학 대형 프로젝트의 적기 준공에 필요한 투자지원 전담반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