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울려 퍼진 이레본 광고…"K펫푸드 자부심에 뭉클"[펫피플]

박상오 사료제조기업 이레본 회장 인터뷰

박상오 이레본 회장(이레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미국 LA(로스앤젤레스)에 이레본 광고가 울려 퍼졌어요. 그 뭉클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죠."

반려동물 사료(펫푸드) 제조기업 '이레본' 박상오 회장의 목소리에서 자부심과 감격이 묻어났다.

박상오 회장은 반려동물 유기농사료 시대를 열어 현재 국내 프리미엄 사료 시장의 25%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이레본의 창업주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지난해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 중 하나로 사료 수출을 장려했다. 이런 가운데 이레본이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사료를 미국에 수출하며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미국에서 물 건너온 사료가 좋다는 인식이 높았다. 해외에 사료를 수출하기도 했지만 상당수가 동남아였던 만큼 미국으로의 사료 수출은 K-펫푸드의 위상을 높이기 충분했다.

◇식품회사서 유기농사료회사로…"IMF위기는 기회"

박상오 회장은 지난 5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에 프리미엄 반려동물 사료 수출을 시작했다"며 "생산량이 부족해서 수출을 다 못할 정도로 인기"라면서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레본이 미국에 수출하는 사료 브랜드는 '6-ZERO'다. 이른바 6無. 항생제, 농약, 화학보존제, 방향제, 착색제,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넣지 않는 제품이다.

지난해 5월부터 미국 수출을 위해 식품의약국(FDA)의 문을 두드려 까다로운 생산시설 심사와 등록절차를 밟았다. 미국 농무성(USDA)의 제품성분 등록과 유해성 심사 과정을 통과했고 같은 해 9월 미국 수출이 결정됐다.

11월부터는 뉴욕, 밴쿠버 등에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해 최근 한 달 동안 70만 달러(9억5800만 원)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이레본은 1981년 사람 식품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잘 나가던 식품회사는 1998년 IMF 여파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2000년 회사명을 이레본으로 바꾸고 해외에서 생산한 유기농 원료를 토대로 한 축산사료 제조를 시작했다. 2005년 반려동물을 위한 유기농 펫푸드를 개발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레본(EreBon)의 이레는 성경의 '준비된 축복의 땅'이라는 의미가 있다. 본은 바이오, 오가닉, 내추럴의 첫 글자를 합쳐 만든 단어다. 생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과 유기농,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박 회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레본 이천공장은 원료 가공부터 제품 포장까지 일괄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HACCP(해썹, 위해요소중점관리), 유기농 인증(ECO CERT) 등을 보유하고 국내에서 품질 좋은 사료로 인정받는 네츄럴 코어부터 KGC인삼공사 지니펫, 풀무원 아미오 등과 협업해 프리미엄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레본은 2023년 9월 국내 최초로 미국에 사료를 수출했다.(이레본 제공) ⓒ 뉴스1

◇애견 위해 사료 연구개발…"건강관리 기본은 영양"

펫푸드 개발은 집에서 키우는 애견(愛犬)이 계기가 됐다. 진돗개 백구와 친구처럼 지냈고 몰티즈(말티즈)는 자식처럼 키웠다. 공장 뒷마당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밥도 준다.

박 회장은 "강아지를 정말 좋아해서 키우는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어렸을 때 집에 마루가 있고 아래 신발을 벗는 토방이 있었다. 마루에서 자다 굴러 떨어졌는데 백구가 나를 받쳐줘서 다치지 않았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키우던 반려견이 15세가 됐을 때 피부병이 발생해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큰 차도가 없었다"며 "직접 영양 사료를 만들어서 먹였더니 피부가 개선된 것을 보고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반려견은 6년을 더 살다 21세에 무지개다리를 건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견과 이별할 때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반려동물이 어떻게 하면서 건강하게 살다 헤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먹을거리를 연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 국내에 아직 프리미엄 사료 개념이 없고 수입 사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때, 박 회장은 해외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사료를 연구개발했다.

박 회장은 "축산사료를 하다가 반려견 사료를 하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망한다고 하지 말라고 말렸다"며 "인재를 찾아서 반려동물 사료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우리 제품이 내가 먹는 음식보다 훨씬 좋다"면서 웃어보였다.

지금도 아침마다 박 회장의 책상에는 전날 생산한 사료가 놓여 있다. 그는 사료를 집어먹어보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눈 감고도 어떤 사료인지 찾아낼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박 회장은 "반려동물 사료는 육류를 많이 쓰는데 그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소화가 잘 되고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도록 단백질을 아주 작게 분해한 가수분해 사료 연구개발을 최초로 시작했고, 현재는 기능성 펫푸드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해요소를 없앤 먹을거리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라며 "수의영양학 및 수의학의 발전, 반려동물 복지 향상과 함께 K-펫푸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연구개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해피펫]

이레본 이천공장 전경(이레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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