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인류를 탄생시킨 소행성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메릴 스트립,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포함, 오스카 수상배우들이 줄줄이 나오는 영화 ‘돈 룩 업’(2021)에서 인류는 소행성 충돌로 멸종된다. 이 장르의 고전 ‘딥 임팩트’(1998)를 필두로 ‘아마겟돈’(1998) 등 많은 영화가 인류를 살려주는데 그 반대다. 인류가 소행성 충돌로 탄생한 셈이기 때문에 소행성 충돌로 멸망한다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지구 역사에서 소행성과 운석 낙하는 여러 번 있었던 일이다. 구글어스가 나온 이후 지구상의 곳곳에 특이한 지형들이 발견되었는데 캐나다 퀘벡주에도 한 군데 있다. 퀘벡시에서 북쪽 방향으로 약간 비스듬히 올라가면 마치 반지같이 생긴 호수가 보인다. 매니쿠건강 상류다. 별명이 ‘퀘벡의 눈’이다. 퀘벡의 눈은 2억 1400만 년 전에 직경 5㎞짜리 소행성이 떨어졌던 자리다. 직경 85㎞의 운석공이 생겼다.

매니쿠건강 어귀에서 동쪽으로 세인트로렌스강을 따라 대서양 방향으로 가면 세트일르다. 세트일르 강변에서 20㎞ 거리 강바닥에도 운석공이 있다. 코로솔이라고 불린다. 직경이 긴 곳이 4.3㎞다. 캐나다 수계지리국 연구자들이 발견했다. 약 4억 70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 표면의 운석공들 중 미국 애리조나의 운석공이 가장 유명하다. ‘최근’인 약 5만 년 전에 떨어진 운석으로 넓은 사막 한 가운데가 파여 있어서 시각적으로 돋보이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50m짜리 운석이 초속 10㎞ 이상의 스피드로 추락한 자국이다. 그랜드 캐니언을 찾는 길에 들러볼 수 있다. 플래그스태프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나온다. 지름 1200m, 깊이 170m다. 이름이 베린저인데 땅 주인이 자기 이름을 붙였다.

이 운석공은 19세기에 발견되었지만 당시에는 이게 도대체 뭔지 알지를 못했다. 화산 분화구로 추정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세기 초에 지질학자 대니얼 베린저가 운석공이라는 것을 알아내 광산회사를 설립하고 그 일대의 채굴권을 따냈다. 토지도 매입해 사유지로 만들었다. 정부가 국유지로 만들려고 했지만 베린저 패밀리는 사유지로 해야 잘 보존될 수 있다고 거절했다. 운석공은 패밀리가 별도 회사를 만들어 확실하게 간수한다.

운석공의 지존은 물론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슐루브다. 6600만 년 전에 지구와 충돌해 공룡을 멸종시켰던 그 유명한 운석 자국이다. 196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와 그 아들 월터가 1980년에 제시했던 이론인데 이제는 널리 받아들여진다. 원래 문제가 있었다.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거대 소행성이 초속 22㎞로 지상에 떨어졌는데 흔적을 못 찾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증거는 이론이 나오기도 훨씬 전에 이미 발견되어 있었다.

1978년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가 유카탄반도 일대에서 석유 탐사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페멕스에 고용된 미국인 지구물리학도 글렌 펜필드와 안토니오 카마르고가 유카탄반도 상공에서 측정한 항공 자력탐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칙슐루브 북쪽 멕시코만 해저에 반원 모양의 거대한 지형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해저에 절반, 육지에 절반으로 지름 약 180㎞의 거대한 원형 지형이 나타났다. 인터넷도 구글도 없던 시대다. 1996년에 NASA가 공식 확인했다.

칙슐루브에 소행성이 몇 시간만 빠르게, 아니면 늦게 낙하했었다면 태평양이나 대서양 한가운데 떨어져 약 2억 년 지속되고 있었던 공룡 시대가 종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의 지구는 다르게 생겼을 것이다. 그 몇 시간 차이로 훗날(30만 년 전) 인류가 태어나 지배하게 된 지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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