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아야 산다"…전기차 배터리까지 넘보는 해운사
현대글로비스 "2030년까지 '사용 후 배터리' 사업 구축"…물류역량 활용
해운 사이클 변동성 딛고 종합물류 탈바꿈하기도…HMM은 컨선·벌크 양날개 전략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운사 현대글로비스가 배터리 재활용 신사업에 진출한다. 현대차그룹의 네트워크와 글로비스가 가진 물류에 대한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주력인 선박 운송에서 벗어나 종합 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해운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31일 현대글로비스(086280) IR 자료에 따르면 '사용 후 배터리'(EoLB) 사업을 2030년까지 구축 완료할 계획이다.
EoLB는 사용이 완료된 배터리에서 희귀 광물을 다시 추출해 활용하는 사업으로 니켈과 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의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다. SNE리서치는 EoLB 산업이 2040년에는 2090억달러(약 279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사용후 배터리 전용 회수용기를 개발하고, 배터리 관련 규제를 충족하는 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 자격을 획득하는 등 수년간 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 현대글로비스 측 설명이다. 기존의 물류, 해운, 유통 역량을 신사업으로 엮어낸 것이다. 향후 해운을 넘어 항공 물류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용 후 배터리를 매입하고, 이들 회사가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셀(cell) 스크랩을 재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이알에 지분 투자를 통해 기술 및 설비 사용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운반선을 전문으로 한 현대글로비스가 신사업으로 뛰어든 이유는 업황에 따라 변동이 큰 해운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해운부문 영업이익은 2916억원으로 전년대비 31% 하락했다. 자동차선 선복 부족 현상과 환율 하락이 지속된 탓이다. 이에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영업이익(1조5540억원)과 매출액(25조6832억원)은 각각 13.6%, 4.8% 감소했다.
해운업은 통상적으로 선박의 종류에 따라 성격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예컨대 정기선을 운영하는 컨테이너선사는 버스, 자동차운반선처럼 부정기선을 운영하는 벌크선사는 택시에 비유한다. 그러나 운임이 강세를 띠면 신조 발주가 늘어 운임이 하락하고, 운임이 하락하면 폐선이 늘며 공급이 부족해지고 다시 운임이 오르며 신조를 발주하는 사이클은 비슷하게 적용된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011200)이 벌크선대를 확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로서는 하림그룹의 인수 가시화로 사업 향방이 불투명해졌지만 HMM은 컨테이너선 중심 매출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2026년까지 벌크선을 55척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2000년대 초반 자동차운반선 사업부를 매각한 지 20여년 만에 자동차운반선을 발주하기도 했다.
내년 2월부터 출범하는 세계 2위 선사 덴마크 머스크와 5위 독일 하팍로이드의 '제미니 협력'의 발단도 종합 물류에 대한 해운사 간의 시각차에서 시작됐다. 기존 '2M' 소속 1위 선사 스위스 MSC는 선대 확장, 머스크는 종합물류로 노선이 달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해운 역량은 하팍로이드와의 해운동맹에서 찾은 셈이다.
세계 6위 대만의 에버그린은 대만 제2국적사인 에바항공을 보유하고 있고 3위 프랑스 CMA CGM은 CMA CGM 에어카고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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