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 하림의 HMM 인수…더 머리 아파진 3대 변수

해수부, 1차 매각결과 이달말 발표 시도…지지부진 매각에 변수 증가
홍해사태 장기화땐 유보금 더 늘 수도…HMM 속한 해운동맹도 와해 위기

HMM 제공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국내 최대 해운사 HMM(011200)의 매각작업이 늘어지는 사이 HMM을 둘러싼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가장 큰 변수였던 해운침체는 예측이 어려워졌고 해운동맹 재편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HMM 노조의 압박도 한층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1차 매각 결과가 예정대로 이달말에 발표될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달 초 취임식 직후 HMM 매각 1차 협의 결과를 이달말쯤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12월18일 팬오션(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HMM 매각은 지난해 7월 공식화됐고 11월부터 본입찰이 진행됐다. 당초 지난해 주식매매계약(SPA)까지도 진행하겠다는 것이 산은과 해진공의 계획이었지만 계속된 잡음에 하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한 이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하림그룹이 해운업계와 HMM 내부에서 제기하는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의문에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매각이 공식화된 당시 나온 6조원이 넘는 HMM의 몸값을 감당할 기업이 없다는 우려가 아직도 해소되지 못한 셈이다.

매각이 장기화될수록 HMM을 둘러싼 대외환경은 다변화하고 있다. 올해 초로 예상됐던 해운침체 사이클은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인 수에즈 운하를 예멘 후티반군이 틀어쥐며 시기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 기준 올해 선박 인도는 255만7000TEU(6m 컨테이너 1개), 해체는 68만3000TEU로 수급 불균형이 악화될 예정이었지만 홍해 사태가 이를 상쇄했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선박이 부족해진 홍해 사태의 여파로 1월12일부터 전월 대비 2배 뛴 2000선으로 올라서 있다.

일각에선 물류대란 사태가 장기화되면 HMM의 유보금이 더욱 늘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도 10조원에 달하는 HMM의 유보금을 두고 자본 조달능력이 떨어지는 하림그룹이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데 유보금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세계 6위 선사 대만 에버그린 출신의 정일환 영원NCS무역물류컨설팅 대표는 "홍해 사태로 해운업황이 코로나19 시절이던 2022년으로 돌아갔다"며 "2024년 말까지 사태가 장기화되면 흑자를 봤던 2022년 이상으로 유보금이 더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세계 5위 독일 하팍로이드가 내년 2월부터 '제미니 협력'이라는 새로운 해운동맹을 창설할 것을 밝히며 HMM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팍로이드는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에서 선복량이 가장 많으며 유럽 항로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나머지 디얼라이언스 소속사인 ONE은 일본, 양밍은 대만 선사로 모두 아시아 계열이다.

동맹이 새롭게 출범하면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의 선복량을 기준으로 오션얼라이언스(29.3%), 제미니(21.5%), MSC(19.8%), 디얼라이언스(11.6%)로 시장이 재편된다.

해진공은 '머스크-하팍로이드 신규협약 발표'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 공급 압력 증가, 홍해 사태로 인한 운임 급등, 글로벌 해운환경 규제 강화 등 시장 변수가 산재한 가운데 얼라이언스 구조 변화까지 가속화돼 향후 컨테이너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림그룹을 압박하는 HMM 노조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는 이미 단체협약 결렬 통보 후 파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는 매각 1차 결과 발표에 따라 준법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가 개최한 지난 'HMM 매각 민영화 대국민 검증 토론회'에서는 하림그룹을 두고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