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막아낸 한국타이어 조현범號…"기업가치 제고 가속"

장남 조현식 손잡은 MBK 공개매수 '실패'…차남 조현범 경영권 강화
내년 주총서 주주가치 제고안 나올 듯…미래 투자·배당금 확대 등 거론

왼쪽부터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000240) 회장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 기업가치 제고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타이어는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에 맞춰 미래 대응 역량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배당금 확대와 공장 증설 등 투자 확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2차 형제의 난 '예상대로' 조현범 승리…"내년 주총서 주주가치 제고 밝힐 것"

27일 업계에 따르면 MBK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앞서 MBK는 지난 5일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차녀 조희원씨 등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한번 불거진 '형제의 난'에 대응해 차남 조현범 회장은 조양래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등의 지원사격을 끌어내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조현범 회장 측 지분은 공개매수 전 42%에서 공개매수 후 47% 이상으로 확대돼 경영권 기반이 더욱 강화됐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조현범 회장 측의 승리를 일찌감치 점쳤다. 주식 유통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조현범 회장의 지분이 40% 이상이었고, 우군인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의 자금력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관심사는 조현범 회장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쏠린다. 향후 재발 가능한 경영권 확보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가치 제고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MBK 측이 공개매수 실패를 인정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한국앤컴퍼니는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당장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준비를 해서 내년 주주총회 정도에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모습. 2023.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美·헝가리 공장 증설 등 미래 투자 본격화…배당금 확대로 주주가치 제고 거론

시장에서는 공장 증설 속도 등 미래 투자 가속화와 배당금 확대 등이 거론된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미국 테네시와 헝가리에 공장을 증설 중이다. 2017년 준공한 테네시 공장은 현재 연간 550만개 생산시설을 갖췄다. 한국타이어는 2026년까지 15억7500만달러(약 2조원)를 투입해 생산량을 연간 1100만개 수준을 확대할 계획이다. 헝가리 공장 역시 2027년까지 7589억원을 투자해 기존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버스용 타이어까지 생산할 예정이다.

실적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간 실적 기대치는 매출 9조원, 영업이익 1조1588억원이다. 원재료와 운임비 하락 등 우호적인 환경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7058억원에서 6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북미 시장 수요 회복을 대비한 테네시 공장 증설이 11월부터 진행됐다"면서 "부진한 시장 수요 기대와 달리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어 글로벌 피어 대비 변별력 있는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당금 확대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타이어 지분 30.67%를 보유한 사업형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최근 28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했다. 최근 5년간 배당수익률은 3.2%며, 최근 3년은 4%다. 지난해의 경우 주당 650원을 배당해 배당수익률 4.7%를 기록했다. 올해 한국앤컴퍼니의 예상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100원 늘어난 주당 750원이다. 이 밖에 올해 초 화재가 발생한 대전공장 현대화 재투자 등 논의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1차 지분 경쟁 시기와 다른 점은 한국타이어의 실적 호조와 대표이사인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라며 "사업 회사(한국타이어)의 실적 호조 유지와 주주친화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