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만나고 온 이재용 회장 "네덜란드 출장 성과 90%는 반도체"

삼성전자-ASML,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개발센터 국내 설립 협약 체결
동행한 경계현 사장 "든든한 우군 얻어…차세대 EUV 기술 우선권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동행을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2023.12.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강태우 김민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5일 3박 5일간 진행된 네덜란드 출장을 마친 뒤 "이번 순방은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7시3분께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 일정을 동행하고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순방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냐'는 질문에 "잠에서 막 깼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1일부터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슈퍼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과 1조원 규모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연구개발)센터를 국내에 설립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EUV 1대당 약 2000억원에 달하지만, 연간 약 50대만 생산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려면 EUV 장비를 필수로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ASML과의 협력 관계는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회장은 ASML 외에도 차량 반도체 회사인 NXP 등 현지 주요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방문을 마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3.12.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날 귀국길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대표이사(사장)도 동행했다. 경 사장은 "여러 툴(장비)이 있지만 EUV가 가장 중요한 툴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입장에서 굉장히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 나오는 ASML의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NA(High NA)'는 1나노 미만의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삼성전자의 하이 NA 장비 확보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다.

ASML과의 전략적 협업으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TSMC 추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 사장은 "경기 화성시 동탄에 공동연구소를 짓고 하이 NA EUV 노광장비를 들여와 ASML 엔지니어와 삼성의 엔지니어가 함께 기술개발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했다.

이어 "하이 NA EUV에 대한 기술적 우선권을 삼성전자가 갖게 될 것 같고 장기적으로 D램 등에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협약 성과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끝으로 경 사장은 '경쟁사보다 EUV를 빨리 들여올 수 있게 되나'라는 질문엔 "그런 관점보다는 공동 연구를 통해 하이 NA EUV를 더 잘 쓸 수 있는 협력관계를 맺어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날(14일) 전사와 MX(모바일경험)사업부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했다. 이어 이날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 19일 DS부문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은 추후 내용을 보고받고, 사업부문별 내년 핵심 사업 전략 구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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